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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좋았다고 다리만 좋았던 게 아니야

저녁 산책을 마치고 딸에게 오늘 일기를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쓰겠냐고 물으니 ‘다리 산책한 거’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농월정으로 가는 오색조명으로 꾸며진 다리를 건너 산책을 하고난 후였다. 우리의 기억이란 우스워서, 일련의 이벤트 중 마지막이 어떠했느냐가 전체를 판단하는 데 과도하게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 콜라를 마시고, 통닭을 먹고 웃고 놀고 나서도 제일 기억이 남는 일은 가장 최근이 한 일. 좋은 일이라면 무엇으로 하루를 기억하든 별 문제가 없겠지. 하루가 좋았으나 마무리가 좀 나빴더고 문제 될 건 없다. 그렇게 기억하려는 관성을 이겨내야 한다. 어떻게? 글쎄다. 오늘 하루 찍은 사진은 뒤적여 본다.

계곡물은 흐르고 하늘은 붉고 나는 혼자 잔다

내 최애 캠핑장소. 그렇다고 여기서 캠핑만 하는 게 아니다. 캠핑보다 케빈하우스가 편하다. 벌레와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캠핑은 싫다. 오늘도 비가 조금 왔고 내일도 온다지만 아무튼 오늘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없어도 여름 계곡물은 봄과는 달리 따뜻하다. 어제 비가 왔지만 그렇다고 물살이 세거나 하지는 않았다. 딸은 구명조끼를 입고 큐브에 탔으면서도 겁이 나나보다. 그래서 우리둘은 안고 손잡고 물 안을 돌아다녔다. 내 도움 없이 딸이 수영하고 잘 놀면 무슨 재미일까? 흐뭇하긴 하겠지. 흐뭇함도 재미일까. 여기에 어슬렁 거리는 냐옹이들이 있다. 아들은 자기가 먹던 고기를 준다. 그리고 냐옹이를 귀찮게 한다. 냐옹이는 비도 피하고 먹을 것도 얻고, 우리 숙소 주변을 떠날 줄 모른다. 튜브도 쉰다. 빨..

여행/국내 2021.08.08

제이미스 오로라 엘리트 드레스업 진행 중

안장통이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참아가며 적응해 가야 한다. 아들과의 패킹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샀으니 조금씩 준비해 봐야 하는데, 일단 출퇴근을 위한 세팅이다. 페어웨더에서 만든 배낭 겸 페니어백(Flat-top pannier, spectra black)이다. 내 취향의 문제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캐쥬얼한 자출용 상품이 부족해서인가,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전설적인 안장 브룩스. 호평이 많지만, ‘내 엉덩이에 맞게 변해가는 안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비판도 많다. 나는 특히나 ‘가죽’이라 관리가 어려워서 이 안장은 구입할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구입. 가죽이라도 ‘마구마구’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동네 한바퀴를 하는데, 시트포스트 높이를 약간 조절해야 할 것 같다. 그..

일상사/자전거 2021.08.08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 일은 없다. 세상에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딸의 눈을 쳐다보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랄까. 쳇, 그것도 나 대신 할 놈이 10년 후쯤에는 나타나려나... 아무튼 나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대학교 남자 동기들의 곗돈을 관리하고 있다. 역시나, 나에게도 무리가 되는 일이었다. 자동이체 하고 꾸준히 돈을 내는 친구, 몇 번 내고 안 내는 친구, 몇 번 내고 쉬다가 내는 친구. 이런 놈들 덕분에 계산이 아주 복잡해졌다. 그리고 중간에 두어번 만나서 회비라는 이름으로 돈을 또 썼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영웅이라면 이 정도 외모는 되어야?? 몇 안되는 동기인데, 그 중에 넷이 진주에서 만났다. 친구 가게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자리를 옮겨 ..

실천교육교사모임 : 노션 강의

학교에 나와서, 내일 강좌 준비를 하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내가 매달 1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는 교사단체다. 주로 여러 이야기는 페이스북 그룹 '실천교육교사모임 광장' 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끊고 나서는 소식을 충분히 듣지 못하고 있다. 밴드로도 공지나 중요한 사항은 올라오는 데, 전국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회원 교사들이 강사가 되고, 또 다른 교사들이 수강생이 되는 축제를 한다고 해서 나도 한 꼭지 신청했다.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몇 분 모시고 편하게 하려고 했는데, 51명이 신청... 몇 명이 되건 준비를 하면 되지만, 사람이 많아질수록 실습보다는 강의 위주가 되기 쉽다. 아직 이런 강의가 쉽지 않다. 일종의 재능기부라 생각하고 하는 중. 주로 화면을 공유해가며 진행할 것이라, 여러장..

수요 아재 라이딩

싱글기어, 로드, 투어링 인생 뭐 별거 있나, 좋은 사람 만나서 자전거나 타는 거지...라고 말하기 쉬우면 좋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 마음 편히 사람 만나기 쉽지 않고, 오래 그랬던 것처럼, 밤에 자전거 타러 내 몸 빼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어제는 약속을 잡고, 진주 야간 아재 라이딩. 설렁설렁 페달질 하며, 뜨겁다가 식어가는 아스팔트를 목격한다. 음료수에 천하장사 소시지. 다음 주를 기약한다. 돌아오는 길, 귀 옆으로 바람이 쌩하게 자꾸 지나가서, 대화가 어렵다. 마치 나이트에서 몸을 움칫 움칫 움직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대화하는 그런 모습이었다랄까, 돌아보면. 다음 주 수요일, 야라, 가능할까?

그래픽노블 | 시간의 주름

방학 이틀 째, 일을 해야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집 안은 덥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으니 [[그래픽노블]] 읽기에 딱이다. 시간의 주름 A Wrinkle in Time 매댈렌 랭글 지음, 호프 라슨 그림, 심혜경 옮김 이숲 출판사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에 출판된 이 책은 절판되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좋은 작품임에 분명하니 중고가격이 뛰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라고 서평을 쓸 수는 없고. 아무튼, 메그 머레이라는 아이가 아빠와 동생을 구하기 위해 광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주를 관통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선형적 시간이 아니라, 시간의 주름을 만들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데서 이 작품의 제목이 나왔다. 저자는 이 책 한권으로 끝낸 게 아니라..

방학 첫 날 - 자전거 테스트

어제까지 일을 했으니, 오늘부터 방학이다. 역시 방학의 시작은 늦잠 지난 밤, 넷플릭스에서 '블러드 레드 스카이'를 보다가 무섭기도 하고, 일견 결말이 뻔할 것 같기도 해서 껐다. 네이버 쇼핑을 들여다 보며 새롭게 사야 할 것들을 비교해본다. 자전거를 새로 샀기 때문에, 필요한 게 많다. 일단 렉에 달아서 쓸 가방은 미리 주문해둬서 받았으나, 물통케이지도 없고, 전면 라이트도 없다. 물건의 종류는 너무 많고, 하나하나 고르려니 그것도 쉽지 않다. 일단 제일 중요한 전조등이 제일 중요하다. 집에 있던 스탬백을 달고, 탑튜브 백도 달았다. 스탬백은 이제 브롬톤에서 떼어 내어 오로라에 달아줘야 할 것 같고, 탑튜백은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급한대로 써야지. 나중에는 더 이쁘고 ..

일상사/자전거 2021.08.04

에어컨을 지키는 남편

연일 폭염소식이다. 밤 9시가 되어도 기온이 27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습도는 높아서 창문을 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마치 찜만두가 되어 집 안에 갇힌 것처럼 익어간다. 우리 집에서는 대개 4시 정도가 되면 에어컨을 켠다. 물론 그건 내가 집에 없을 때다. 아내는 더위를 잘 참고, 덩달아 아이들도 참는 편이다. 4시가 되면 방학을 맞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딸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났으니 이제 땀을 흘리면 안될 일. 그래서 에어컨을 켠다. 에어켠을 켜고 나는 선풍기를 적절하게 배치한다. 그리고 각 방으로 에어컨 바람이 가도록 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밤새 켤 수는 없다. 깨끗하게 청소한 에어컨이지만 왜 그럴까, 하루 종일 에어컨을 쐬고 나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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