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을 마치고 딸에게 오늘 일기를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쓰겠냐고 물으니 ‘다리 산책한 거’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농월정으로 가는 오색조명으로 꾸며진 다리를 건너 산책을 하고난 후였다. 우리의 기억이란 우스워서, 일련의 이벤트 중 마지막이 어떠했느냐가 전체를 판단하는 데 과도하게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 콜라를 마시고, 통닭을 먹고 웃고 놀고 나서도 제일 기억이 남는 일은 가장 최근이 한 일. 좋은 일이라면 무엇으로 하루를 기억하든 별 문제가 없겠지. 하루가 좋았으나 마무리가 좀 나빴더고 문제 될 건 없다. 그렇게 기억하려는 관성을 이겨내야 한다. 어떻게? 글쎄다. 오늘 하루 찍은 사진은 뒤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