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페이스북 이후 적응기 : 블로그를 손보라

페이스북은 지웠습니다. 읽기 모드로만 사용하던 트위터도 지웠습니다. 아이패드를 열고 자연스레 트위터 앱을 여는 제 모습을 보니, 그 대상이 페이스북에서 트위터로 바뀐 것이라면 페이스북을 떠나온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떠났지만, 읽고 쓰던 일은 멈출 수가 없지요. 그리고 제대로 읽고 쓰기를 더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사진과 짧은 글, 페이스북에 올리던 생각이나 짧은 글. 그런 글들을 계속 블로그에 올려왔었다면, 블로그가 포트폴리오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무엇이든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은 그래서 가치가 더욱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를 가려 받으면서, 페이스북은 다소 폐쇄적이고, 친밀한 사람들에게만 내 정보의 일부를 공개..

코로나도 싫지만 담배는 더 싫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여전히 2학년과 1학년은 격주로 등교합니다. 어쨌든 학생들이 등교하니,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오늘은 금연캠페인 및 환경 정화 활동 첫날. 이번 주는 2학년이 등교하는 날이라, 2학년 학생회 학생들과 학교 밖으로 나갔다. 수업이 모두 끝난 학생들에게 미리 주문한 어깨띠를 나눠주고, 아주 멋진 집게도 나눠줬다. 하나씩 챙겨 매고, 챙겨 들고 우선 인증사진을 찍고 시작. 초반에는 담배꽁초가 별로 없어서 열심히 찾았는데, 조금 있으니 열심히 찾지 않아도 갖은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담배꽁초가 있는 곳에는 꼭 담배 비닐 껍질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라이타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꺼진 꽁초인 줄 알았는데, 타고 있었던 것이어서 가지고 나간 쓰레기봉투에 구멍이 ..

아침 산책에서 아침 라이딩

일요일 아침의 나른함은 여러 가지 덕분에 가능하다. 늦잠을 자고.. (늦잠이래 봐야 8시까지 자는 게 고작이지만.), 끼니는 대충 때운다.(토스트 2개, 콘프레이크 한 그릇. 아들은 (자주 그렇듯)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딸도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해야 할 일들이 줄어들면 여유가 생긴다. 머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머리를 놀 게' 해줄 시간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되려나. 아무튼, 일요일 아침만큼은 나는 매우 여유롭고 고로 아주 창의적이다. (아내에게 사랑받으려면..) 쓰레기도 버릴 겸, (딸과 아들을 사랑하려는 방법으로) 아이들 산책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하자." 하고 옷을 먼저 입는다. 반바지에, 티셔츠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주범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운지 5일 정도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앱은 모두 지우고, 더 이상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에 선언(혹은 마지막 인사)하고 나서 3일이 지났습니다. iOS는 메신저앱(카톡, 텔레그램 등)도 '소셜미디어'로 분류하네요. 그게 8분. 벅스에서 음악 들은 것을 빼고는 휴대폰 사용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 제 '스크린타임' 주로 차지한 것은 소셜미디어였다는 것. 예상하고 있었고, 마음 속 깊이 확신도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데이터로 확인하니 또 기분이 다릅니다. 페이스북 대신에, 리디북스와 킨들앱 사용을 늘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NewYork Times로 기사를 보는 시간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사용하던 버릇이 벌써 10년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탈피하기..

학생들 이름 20분 만에 외우기

한 교실에 학생은 이제 25명 내외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외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코로나 덕분에 학생들을 볼 기회는 줄었고, 또 마스크 덕분에 ‘얼굴 전체’를 볼 기회는 전혀 없습니다. 학생의 이름이란 그저 무의미 철자일 뿐입니다. 학생의 얼굴, 목소리, 성격 같은 그 학생의 특징을 연결 시키지 않는다면 말이죠. 학생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면, 그 덕분에 의미가 생기기도 하죠. 그 학생에게 했던 질문, 그 학생과 나눈 대화가 그 학생을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영어듣기 평가가 있었습니다. 10시 40분에 교실에 들어가서, 10시 55분에 시작되는 테스트 방송과 함께 OMR카드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20분 정도 진행되는 시험이 끝나면 답안지를 걷어오면 끝입니다. 시험치기 전, 15분 가량 시..

나보다 나이 어린 선생님 대하는 게 더 어렵네요.

교사는 고립되어 있다. 이건 참으로 바뀌지 않는 사실인 것 같다. 같은 과목을 여러 교사가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결국 교사는 혼자서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이끌어야 한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일단 나뿐이다. 학교를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러니 분명 교사 간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외부에서 일으키기도 힘들겠지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교실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나보다 나이가 어린 선생님도 제법생겼다. 우리 학교 중앙 현관에는 교직원 신발장이 있다. 나이순으로 신발장이 배치되어 있다. 물론 교장선생님은 나이에 상관없이 1번이겠지. 그러고 보니 늘 내 신발장 주변만 살폈지 누가 제일 먼저고 누가 제일 나중인지는 보지 않았구나. (내일은 출근하면서..

남가람박물관 전시물에 대한 자작 학습지 (초등용)

진주에 박물관이 하나 생겼다. 진주박물관도 전시도 좋아하고 자주 가지만, 새로 생긴 박물관이 반갑다. 며칠 전 동료 선생님들과 잠시 들렀는데, 전시는 괜찮았다. 일단 '진주'가 주제인 점도 좋았고, 도자기, 그림, 서예 작품도 고루 있어서 좋았다.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그 분야에 대한 내 이해가 깊은 것도 아니라, 아이들과 갈 만한가 라는 기준으로 보면 좋았다. 아이들과 가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비까지 많이 온다. 멀리 가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 있기는 갑갑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남가람박물관'에서 사용할 학습지를 만들었다. 전공은 아니지만, 직업이 교사다. 학습지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다. 이미 답사를 한 번 마쳤으니, 남가람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해 가면서 초3 아들 수준에 적합할 만..

다락방 속 '엔리오 모리코네'

"아빠, 나 백살 되면 어떻게 할거야?" "음. 그때는 아빠는 죽고 없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 되어서? 안돼." 얼마전 아버지 생신 케이크를 사고 초를 챙겼다. 69개. 나는 전혀 모르던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면서 많이 놀랐다. '이제 아빠가 70대가 된다.' 국민학교 시절 읽던 '어린이 충효시리즈' 에는 아이들은 얼른 자랄 생각만하고, 부모의 늙음을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가 딱 그 아이다. 어릴 때에는 내 주위 모든 게 생기 있었다. 우선 나부터 그랬으니. 세상은 신기한 것 투성이라 재미도 있었고 겁도 났다. 알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몰라도 될 것도 있었다. 지금도 내 주변은 생기로 가득하지만, 알게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줬던 사람이 그 생을 마감하고 있다..

휴대폰 없이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면.. #글요일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충전기에 연결된 휴대폰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한다. 100퍼센트인데, 날씨 좀 확인하고 엄마한테 문자 보내고 나면 2% 떨어지고, 3% 떨어지는 걸 자기 몸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끼나 보다. 아들은 코로나 사태 덕분에 휴대폰을 얻게 되었다. 내가 아이패드에 넣어 쓰려고 유심을 하나 개통했는데, 코로나가 닥치면서 혼자 집에 있게 된 아들에게 그 유심을 줬다.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꺼내어 유심을 넣어줬다. 아들이 연락하는 사람은 나와 아내 뿐이다. 매일 매일 배경 화면을 바꾸고, 매일 매일 화면에 앱을 정리한다. 지금도 좋아하는 '브롤스타즈'라는 게임이 주로 배경화면이 된다. 휴대폰 화면 캡쳐 하는 걸 가르쳐줬더니 너무나 좋아하면서 게임 화면을 캡쳐해서 바탕화면으로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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