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나른함은 여러 가지 덕분에 가능하다. 늦잠을 자고.. (늦잠이래 봐야 8시까지 자는 게 고작이지만.), 끼니는 대충 때운다.(토스트 2개, 콘프레이크 한 그릇. 아들은 (자주 그렇듯)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딸도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해야 할 일들이 줄어들면 여유가 생긴다. 머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머리를 놀 게' 해줄 시간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되려나. 아무튼, 일요일 아침만큼은 나는 매우 여유롭고 고로 아주 창의적이다.
(아내에게 사랑받으려면..) 쓰레기도 버릴 겸, (딸과 아들을 사랑하려는 방법으로) 아이들 산책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하자." 하고 옷을 먼저 입는다. 반바지에, 티셔츠에 대충 윈도우 셔츠를 하나 입고 벙거지 모자도 쓴다. 딸은 짧은 외출 길인데도 줄무늬 티셔츠에 레깅스 속바지에 청치마까지. 아들은 좋아하는 '겨울' 운동복을 한 벌로 입고 나온다.
쓰레기만 버리고, 나는 조금 걷기만을 바랬지만, 아들은 킥보드를, 딸은 자전거를 챙긴다. 그렇게 산책은 길어졌다. 나까지 자전거를 끌고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구나 생각하고 우리 동네에 새로 조성 중인 길을 따라 킥보드를 타고 자전거를 탄다. 초전동은 '아직은' 조용한데, 아쉬운 점이 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멀다. 몇 해를 기다렸으나 이제야 강까지 이어지는 길을 조성 중이다.
강변까지 가는 길만 완성되면 매일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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