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들과 자전거를 탔습니다. 스트라바에 기록된 대로, 53킬로 넘게 탔습니다. 그 전날인 토요일에 40킬로 넘게 탔었는데, 아들은 이틀 만에 최고 거리 기록을 세웠습니다. 앞에서 아들을 끌어주느라고 저도 나름 훈련이 된 것 같습니다. 아들은 주약동에서 가좌동 경상대로 넘어가는 기차터널길을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요일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경상대 병원을 향해 달리다가 인도를 따라 경상대로 넘어가는 자전거 도로를 탑니다. 아들은 이제 제 뒤에 바짝 붙으면 바람이 없어 한결 편하다는 걸 압니다. 가는 길에는 별로 뒤처지지 않았는데, 돌아올 때는 피곤한지 좀 뒤로 처지더군요. 아들을 확인하느라 저는 계속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래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아직은 어린 아들이지만, 같이 달리니까 좋았습니다. 아들을 끌어줘야 하니, 제 컨디션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혼자 타는 경우에는 대개 30킬로도 안 되는 거리만 탑니다. 늘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정도만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들 덕분에 이틀 동안 거의 100킬로를 찍어서 좋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아들을 보고,
"아들~, 같이 자전거 타니까 좋다" 고 고백했습니다.
아들은 주중에는 늘 바쁩니다. 온라인 수업하느라 오전을 보내고, 점심 먹고 나면 학원 두 곳. 그 다음에는 엄마가 내준 과제를 하고 엄마와 앉아 확인하고 틀린 것을 고칩니다. 참, 저렇게나 할 일이 많은가 싶습니다.
점심은 경상대 후문 국밥집에서 해결합니다. 아들은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돼지국밥은 잘 먹습니다. 저는 돼지+순대 섞은 국밥을 먹었습니다.
아들과 나
낮에는 제법 따뜻한데, 바람은 또 시원한 편이라 옷 입기가 애매합니다. 바람막이 안 입으려하는 아들에게 바람막이를 입히고 저는 가벼운 차림으로. 아들은 저 자전거 선글라스를 좋아합니다. 산에 하이킹 갈 때에도 저 선글라스는 꼭 챙깁니다.
경상대 정문에서 후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잘 만들어뒀더군요. 아직 붉은 잎은 많지 않았지만, 가을이 좋았습니다.
바로 돌아오지 않고 다니 엠비씨네로 가서 자전거 도로를 다시 타고 평거동까지 갔습니다. 교통공원 앞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서 잠시 쉬며 음료수도 먹고 간식도 사 먹었습니다. 아들도 힘이 좀 떨어진 것 같아서 휴대폰으로 '겁쟁이 페달' 애니메이션을 한 10분 보여줬습니다. 저는 그 애니메이션을 보면 당장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지더군요. 누구라도 '슬램덩크'를 보면 농구공 들고나가고 싶어 지는 것처럼 말이죠.
오는 길에 습지원에서 물수제비초 쳐보며 시간을 또 보냈습니다. 중간중간 쉬면서 집까지 무사히 도착. 하루 50킬로미터를 충분히 탈 수 있다면, 제주도 종주도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하루 40킬로씩 타도 6일이면 240킬로를 갈 수 있으니까. 내년이면 아들은 더 자랄테니, 하루 50킬로미터도 가능하지 않을지. 정작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건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를 가든 짐은 제가 다 들어야 할 테니까요. 다음에는 접이식 의자도 가지고 가서 강변에 풀고 좀 쉬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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