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실에 학생은 이제 25명 내외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외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코로나 덕분에 학생들을 볼 기회는 줄었고, 또 마스크 덕분에 ‘얼굴 전체’를 볼 기회는 전혀 없습니다.
학생의 이름이란 그저 무의미 철자일 뿐입니다. 학생의 얼굴, 목소리, 성격 같은 그 학생의 특징을 연결 시키지 않는다면 말이죠. 학생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면, 그 덕분에 의미가 생기기도 하죠. 그 학생에게 했던 질문, 그 학생과 나눈 대화가 그 학생을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영어듣기 평가가 있었습니다. 10시 40분에 교실에 들어가서, 10시 55분에 시작되는 테스트 방송과 함께 OMR카드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20분 정도 진행되는 시험이 끝나면 답안지를 걷어오면 끝입니다.
시험치기 전, 15분 가량 시간이 있어서 만들어둔 영어 단어 카드를 가지고 갔습니다. 한 학생 당 5장을 주고 조금 남았으니 카드의 양은 140장 정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듣기 시험도 대비할 겸 단어를 외우라고 합니다. 발음을 어찌할 지 모르겠으면 물으라고 하고 말이죠.
시험이 시작되고 가만히 서서 학생들 이름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학생이 앉은 자리도 힌트가 되기 때문에 자리와 함께 외워버립니다. 얼굴, 두상, 앞뒤 학생을 근거로 외우기 시작합니다.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들은 5열로 앉아 있어서 창측을 1열로 잡고 1열부터 외우기 시작합니다.
- 1열 1번 학생부터 외웁니다. 1번을 외우고 나면, 1번, 2번까지, 그 다음에는 1번, 2번, 3번까지.
- 한 줄을 외우고 나면 그 줄을 뒤에서부터 외워봅니다.
- 이제 2열로 갑니다. 1번 순서에서 했던 것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1열 1번 학생부터 2열 끝까지 또 외워봅니다. 이때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줄 수 있는 힌트, 학생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발음은 모두 사용합니다. 수영 잘 할 것 같은 '수영'식입니다.
- 3열도 앞의 과정과 같습니다.
- 이렇게 5열까지 외웁니다.
- 5열 마지막 학생부터 거꾸로 외워봅니다.
- 이제 행으로 외워봅니다. 1열 1번, 2열 1번, 3열 1번..... 4열 3번, 5열 3번 같은 식으로.
- 그 다음에는 순서없이 아무나 보고 이름을 외워봅니다.
- 듣기 시험이 진행되는 20분 동안 다 외웠습니다. 휴.
그런데, 내일 자리를 바꾼다네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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