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아들의 드림렌즈 부적응기

정기검진을 위해 아들과 안과에 갔는데, 아들 시력이 나빠졌다. 왼쪽 0.5, 오른쪽 0.7. 양안으로는 0.8 의사선생님은 이 정도면 안경을 바로 써야 하는 것도 아니라, 조심하면서 지켜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도 그 이야기를 들었고, 그 말을 듣고 나서라 그런지 잘 안 보인다는 호소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다니기 시작한 학원에서도 좀 뒤에 앉는데, 수업 때 사용하는 작은 화면에 나오는 내용이 잘 안 보인다고. 그때부터 검색을 시작. 아이에 대한 일에는 특히 아내가 빠르다. 게다가 아내는 단 한 가지에 일에 집중하고, 시작하면 바로 끝을 보려는 성격에 가깝다. 나에 비하면. (나는 자주 밍기적 밍기적 느긋하다) 서울사는 동생한테 드림렌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조카들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해..

85그램짜리 마음안정제

정말 오랜 만에 야간자율 학습 감독을 하고 10시에 학생들을 보내고 집으로 왔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찌푸둥한 몸을 풀었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학교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해 보니 14시간이 넘는다.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옛날 내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쉽게 내던 선생님들이 많았다. 그 분들 혹시 너무 피곤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루 종일 수업하고, 보충수업 또 2시간씩하고, 청소시키고, 그 사이사이 일하고, 야자감독 하려고 남으니 정말 피곤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에야 든다. 피곤해도 해서는 안되는 말과 행동을 한 분들이 많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피곤에 장사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잠을 재촉해야 하는데, 그냥 잘 수는 없어서 좋아하는 간식을 하..

일상사/Stuff 2021.03.18

지친 콧털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앉아 있었으니, 아래에서 그 분을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의 얼굴에는 수염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수염이 아니었다. 인중에 보이는 털이었지만 수염이 아닌 털. 콧털이 코 밖으로 바람 맞으러 나와 있다. 그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나이든 남자 선생님들의 콧털은 제 영역을 넓히며 자라는 덩굴처럼 어두운 콧구멍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 몸은 털을 키워내어 중요한 부위들을 보호한다. 콧 속의 콧털은 외부로부터의 먼지를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 눈 위의 눈썹이 먼지를 막아주는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보호한다. 위는 배 속에 들어오는 몇 몇 나쁜 것들을 견뎌 낼 수 있지만, 폐는 그렇지 못하다. 코의 역할은 굉장히 ..

일상사/Stuff 2021.03.17

이틀치 피로와 첨밀밀

본 적이 있을텐데, 기억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집에 왔는데,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한쪽 화면에 첨밀밀을 틀어뒀는데, 그리로 자꾸 눈이 간다. 급기갸 영화에 빠져 그냥 시간을 좀 보내버렸다. 이제 곧 자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영화는 그만 보기로 하는데, 이 영화를 내가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본적이 있다면, 봤던 장면이 기억이 나야 하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당시 음악이 유명해서 아마도 뮤직비디오로 보지 않았나 싶다. 여명과 장만옥의 시선에 나는 관객이 아니라 마치 당사자가 된 것처럼 영상을 쳐다 본다. 사랑하던 때 라는 게 있을까. 사랑에 빠지는 때가 있을까. 마치 그러한 순간이 존재하고, 턱을 하나 넘듯, 우리는 이제 사랑하는 사이라는 순간이 있..

오로지 아들 생일

아이들은 모두 그런가 아님 우리 아들이 유달리 그런가. 아,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아침 7시 아들이 미역국을 앞에 놓고 울고 있다.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아들의 울음 소리에 어리둥절해서 일단 식탁에 앉는다. 아들이 우는 이유는 ‘생일인데 가족 모두 같이 밥을 먹으며 축하해 주지 않는다’ 는 것. 평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아들인데, 생일이라고 이렇게 달라지기냐? 아침 밥 먹고 나서는 곧장 나가서 택배 하나를 보내고, 아들 케이크를 사왔다. 화상채팅을 하며 아들에게 케이크를 생중계하고 마음에 드는 녀석을 사가지고 왔다. 아들은 폭죽을 터트리고 동생은 겁이 나서 다른 방으로 가고. 그래도 케이크에 기분이 좋은지 초콜릿 토핑은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어제는 동생에게 오빠 ..

일기그림

적어도 하루에 한 장의 사진은 찍으려고 한다. 그리고 의미있거나, 눈에 띄거나, 신기하거나, 아님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라도 사진으로 찍어두려고 한다. 우선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특별히 기록하고 싶어서이고, 또 하나는 글감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번주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서 온라인 수업을 올리고, (주로) 카카오톡으로 학생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달하고, 아침에 잘 일어나서 수업 준비를 했는 지 또 확인한다. 중간 중간에 수업은 잘 듣고 있는 지 살펴보고, 다른 학생에 비해 진도가 많이 느리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연락을 한다. 그 와중에 업무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한다. 학생들이 있어도 마찬가지이기는 하겠지만,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출퇴근을 하면서 자전거라도 타지 않는다면, 겨울이 가고 있는..

초등4학년 아들에게 필요한 아빠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보통 사람이라, 세상을 먼저 내가 기억하는 기준으로 바라본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많이 그렇다. 일단 내가 자라면서 아버지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 지를 더듬어 아들을 대하고 있다. 그리고 아들이 4학년이 되면서 나는 아들과의 관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말문이 트이기 전까지의 좋은 기억은 오래 간다 내 첫 조카는 이제 고1이다. 누나 내외가 대구로 갔다가 인천으로 가면서 나는 조카를 자주 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조카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나는 결혼 전이었고 시간이 많았다. 틈만 나면 조카를 보러 갔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미끄럼틀에 올려주고 내려오는 걸 받는 것이었다. 걷고 말하게 되었을 때도 조카가 하자는 대로 놀아주면 ..

일상적인 자출을 꿈꾸며..

아침에는 좀 더 자고, 좀 더 집에 머무르다가 출근하고 싶은 기분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좋지만, 땀이 나면 씻기가 곤란하다. 새학기의 첫주라 그냥 익숙한 방식으로 출근해야지 생각하고 자가용으로 출근해왔다. 그 익숙한 방식이 여전히 자동차라니. 며칠 업무가 과했다. 결정할 게 많고, 말도 많이 해야 했고, 기억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누군가의 삶에 적극적으로 끼어든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을 움직이기는 했으나, 교실 사이를 오갈 때를 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한글문서를 작성하고, 엑셀 서식을 채워넣는다. 집에 와서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거북목이 아니라 거북이가 되는 것 같다. (거북에게 죄송) 뭐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돌처럼 온 ..

일상사/자전거 2021.03.05

3월 1일 마음 잡기 좋은 날

휴직으로 1년, 업무 전담으로 1년. 덕분에 2년을 담임을 하지 않아서 일까 아님 3월이 다가오면 원래 이런 것일까 어떻게 담임으로 잘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제법 마음이 들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3월 1일. 비가 와서 국기 개양은 하지 못했지만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개학이 3월 2일일 수 있는 것은 3월 1일이 있기 때문. 단 하루지만 월요일 하루를 휴일로 받아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있으면서, 신학기 준비하느라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오가기만 하다 보니 목이 뻐근하더라. 아이들은 미녀와 야수를 보는 사이 잠시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는데, 전혀 휴식이 되지 않았다. 운동앱을 열어 급히 운동을 한다. 푸쉬업만 한 100개 시키는 앱이었다. 꾸준히만 하면 월결제도 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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