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자전거

일상적인 자출을 꿈꾸며..

타츠루 2021. 3. 5. 21:55
오늘 아침 안갯길

아침에는 좀 더 자고, 좀 더 집에 머무르다가 출근하고 싶은 기분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좋지만, 땀이 나면 씻기가 곤란하다. 새학기의 첫주라 그냥 익숙한 방식으로 출근해야지 생각하고 자가용으로 출근해왔다. 그 익숙한 방식이 여전히 자동차라니.

며칠 업무가 과했다. 결정할 게 많고, 말도 많이 해야 했고, 기억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누군가의 삶에 적극적으로 끼어든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몸을 움직이기는 했으나, 교실 사이를 오갈 때를 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한글문서를 작성하고, 엑셀 서식을 채워넣는다.

집에 와서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거북목이 아니라 거북이가 되는 것 같다. (거북에게 죄송) 뭐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돌처럼 온 몸이 굳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익숙한 자가용 출근은 변수가 꽤 있다. 몇 가지 다른 경로로 차를 몰고 가봤는데, 신호에 얼마나 걸리느냐 다른 차의 흐름이 어떻느냐에 따라서 시간이 시간이 더 걸렸다. 8시 전까지는 학교에 도착해야지 뭐라도 준비를 해서 조례도 할텐데. 오늘은 자전거로 출퇴그늘 했다. 자가용으로 할 때보다 훨씬 좋다.

차를 몰면,

늘 경주를 하게 된다. 다른 차보다 빠르게 혹은 목적지에 더 짧은 시간에 가는 게 목표가 된다. 신호를 어기지는 않더라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마음이 초조하다. 신호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시내 주행 50킬로나 60킬로를 지키지 않을 때도 많다. (물론 다른 차들의 흐름에 맞추려면 50이나 60으로 달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시선은 정면으로 둔다. 차도에서는 좌우를 살펴봐야 차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분이라도 달래려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지만, 딱 음악만이 위안이 된다.

자전거로 천천히가도 차로 갈 때보다 10분 정도 더 걸린다. 아침시간에는 차로 25분이다. 자전거로는 30분에서 35분이다. 길어야 10분이다. 아침에는 2, 3도 낮에는 10도에서 12,3도의 기온이다. 옷을 좀 가볍게 입고 너무 열심히 페달링을 하지 않으면 춥지는 않고 땀은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면 경주가 되지 않는다. 자전거는 각자 자기만의 속도로 달린다. 자전거 전용도로 다니는 중에는 신호도 없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예상할 수 있는데다가 조금 빨리 달린다고 아주 일찍 학교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여유롭다. 오늘 가는 길에는 안개를 감상하며, 안개 속을 달렸고, 오는 길에는 산수유를 실컷 봤다.

자전거 출퇴근으로 가장 적당한 거리가 10킬로 내외다. 지금의 출근길이 그렇다. 30분 정도면 가능한 거리. 걸어서는 꽤 먼 거리지만 자전거로는 멀지 않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일단 좀 더 부지런해진다. 미리 다음 날 입을 옷도 챙겨놓는다. 10분 시간이 더 걸리니 10분 일찍 나선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다닐 짐을 미리 가늠하게 된다. 무거우면 내가 힘들다. 꼭 필요한 짐인지 생각해보고 가방을 싸둔다. 늘상 지고 다니는 짐도 없다. 무엇이든 필요없는 것을 이고지고 다니는 것은 낭비다. 자전거를 타면 낭비가 준다.

날씨에도 예민하다. 최저기온을 반드시 살핀다. 늘 처음에 타고 나갈 때는 좀 쌀쌀한 느낌이 들지만, 일단 손, 발만 장갑을 끼고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금방 이겨낼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날씨를 느낄 수가 없다. 더위도 추위도 차 안에서는 모두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편리할 지는 몰라도 건강한 방식은 아니다. 날씨를 피부로 느끼면서 생동감을 느낀다.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건 이 있다.

그리고 운동은 부수적이긴 하지만 확실하다. 책상에 앉아서 특히 목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는데, 자전거를 탄 자세로는 목을 얼굴을 자꾸 들게 된다. 숙이던 얼굴을 들게 되니 건강해진다.

이제 자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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