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하루에 한 장의 사진은 찍으려고 한다. 그리고 의미있거나, 눈에 띄거나, 신기하거나, 아님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라도 사진으로 찍어두려고 한다. 우선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특별히 기록하고 싶어서이고, 또 하나는 글감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번주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서 온라인 수업을 올리고, (주로) 카카오톡으로 학생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달하고, 아침에 잘 일어나서 수업 준비를 했는 지 또 확인한다. 중간 중간에 수업은 잘 듣고 있는 지 살펴보고, 다른 학생에 비해 진도가 많이 느리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연락을 한다. 그 와중에 업무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한다. 학생들이 있어도 마찬가지이기는 하겠지만,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출퇴근을 하면서 자전거라도 타지 않는다면, 겨울이 가고 있는지, 봄이 오고 있는 지 모를 것이다.
2월부터 밤에 그림 일기를 조금씩 써보고 있다. 쓴다기 보다는 그림만 그리고 있는데, 대개는 먹은 것을 그린다. 움직이는 동작을 그리려니 힘들기도 하고, 일단 먹는 게 그나마 기억이 잘 나서 그렇다. 무엇을 먹었느냐가 어디에 있었느냐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제는 잠자기 전이 아니라 딸이랑 같이 있을 때 그림을 그리는데, 딸이 와서 자기도 그러보겠다고 해서 몇 번이고 아이패드를 내줬다.
보고 그리지 않으니 일단 그리는 데 시간이 별로 들지 않는다. 게다가 굵은 펜을 사용해서 디테일은 대충 뭉개면 된다. 그렇지만 보고 그리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그리든 그것을 정확히 기억하려고 애쓰게 된다. 자주 쓰고 자주 보던 것들은 제법 잘 기억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휴식이 된다. 몸이 아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쉬는 게 아니라는 걸 육아휴직을 하면서 알았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단 집안 일을 끝내고 몇 시간 동안의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쉼이 되지 않더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어서 해야 마음도 몸도 충전된다는 걸 알았다. 매일 잘 쉬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잠자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멀리 가지 않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면 내게 더 이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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