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고 난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설이 언제지?"
.....
오늘은 설이다. 어제가 까치설. 오늘은 진짜 설.
진짜 설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건 무엇인가? 오로지 달력뿐이었다. 우리는 어떤 것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나에게 설이란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늦은 아침을 먹는 날. 서로 세배하며 아이들에게는 두둑이 용돈을 주는 날. 티브이를 틀면 왠지 '외국인 장기자랑'이 할 것 같은 날. 점심은 나물을 넣은 비빔밥으로 먹고, 뒤돌아서 튀김 먹고, 뒤돌아서 식혜 먹는 날.
그런 건 아무 것도 없다. 오늘이 '설'인 줄 몰랐던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코로나 탓이다.
엄마가 싸준 탕국, 엄마가 만들어준 나물. 그걸로 아침도 점심도 먹으면서도 '설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들, 딸, 한복 입어. 세배하자!"
세뱃돈을 미리 받았으니 늦었어도 세배는 해야 한다. 아이들이 한복을 입는 사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전화로라도 세배할 거니까 엄마도 준비해."
아이들은 한복을 입고 나왔다. 1년 전에 산 한복인데, 아들에겐 벌써 짧아졌다. 딸에게는 '많이 큰' 한복을 사줬는데, 그것도 작다. 내복 위에 한복을 입으려던 딸은 너무 끼여서 결국 속옷 위에 한복을 입는다. 휴대폰을 삼각대에 올리고 엄마에게 페이스톡을 건다. 곧 화면에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나타난다. 삼각대 위에 휴대폰, 그 안의 엄마와 아빠의 얼굴. 이건 마치 22세기 설 같다. 삼각대는 마치 로봇 다리 같은 모양새라 로봇 모니터에 나온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어서 장인어른께도 페이스톡을 넣는다. 그리고 똑같이 절.
'세배'라도 하고 나니 설을 제대로 보낸 것 같다. 설기분 내려고 일부러 많이 먹는다. 또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서 아들이랑 밖에 뛰러 나간다. 조금 달리고 숨이 차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자꾸 '마스크' 탓을 한다.
올해 추석에는 모두 둘러앉아 밥을 먹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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