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Instant blogging 127

칠판 위의 가을

갑작스럽게 나만 보게 되는 아름다움이 세상이 있다. 며칠 전 아침, 일어나서 몸을 풀고 고개를 드는 데, 가을 칠판에 맺혔다. 해의 기울기, 해의 색온도. 가을 아침에 볼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곧 죽겠지 생각했는데, 물만 줘도 자란다. 떡잎이었던 녀석은 볼품이 없지만, 새로 자란 잎은 거대하고 압도적이다. 가을의 그림자를 만들어준 녀석.

여름을 보내는 문래빗 아메리카노

[##Image|kage@p529q/btsI0uYs90T/Lnc41oASfdpN4pznRgv9SK/img.jpg|CDM|1.3|{"originWidth":4032,"originHeight":2268,"style":"alignCenter","caption":"문래핏 아이스 아메리카노","filename":"IMG_2225.JPG"}방학이라도 당연히 출근이다. 월, 화요일을 빼고 이번주도 내내 출근했었다.그래도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경원씨를 만나서 콩국수 한 그릇 하고, 커피도 한 잔.가족도 아니고, 혼자도 아닌 시간. 이렇게 누군가의 방학이 간다.

현충일, 카푸치노, 책

현충일이지만, 현충일의 의의를 기리는 하루를 보내거나 하지 못했다. 10시가 되고 긴 싸이렌 소리에 잠시 놀랐다. 명절부터 기념일까지, 중요한 날들을 기념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것 같다.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 같지만 국가를 유지하는 한,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한데 국경일은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 뭐 아무튼 아들은 태권도 학원에서 이랜드로 놀러 갔고, 딸은 엄마와 쿠키 체험을 갔다. 아내의 배려 덕분에 나는 쿠키 체험장 아래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었다. 초반에는 아주 빠르게 읽어가던 책인데, 뒤로 갈수록 내 집중력이 안 좋아 지고 있다. 최근 커피숍에 가서는 카푸치노를 시키고 있다. 라떼와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풍성한 거품과 시나몬 가루는 라떼와는 사뭇 다르다. 집에서..

대구 인터불고 호텔로 연수 출장

대구로 출장이다. 대구라고 생각하고 차를 몰았는데, 목적지인 인터불고 호텔은 가깝지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이름표가 내 것이었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업무 담당자 연수 출장인데, 다들 힘듦을 토로한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도 한데, 여러 자료가 너무 흩어져 있다는 한 선생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브롬톤을 꺼냈다. 오버홀을 하고 도색도 새로 하려고 차에 실어 왔는데, 금호강을 따라 나 있는 자전거 길을 보니 한번 달려 보고 싶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출발할 때는 바람을 일부러 바람을 맞으며 갔다. 돌아오는 길은 순풍. 자전거를 싣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도 재미가 있겠구나. 대구의 바람을 실컷 맞고 숙소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혼자하는 밤. 어색하고 이상하다.

등 보인 새

마음은 마치 바다 위 배 같은 것. 홀수산을 맞추기 위해 바라스트 워터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나는 지그시 눌러 줄 무언가가 내 속에 필요하디. 내게는 책을 읽는 일, 자전거를 타는 일, 혼자 있는 시간이 그러한 물과 같은 것들인데 요즘에는 많이 부족하다 느낀다. 점심을 먹고 학교 한 바퀴를 빠삐용처럼 돈다. 그리고 나는 도무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한마리가 나와 같은 자세로 학교 밖을 쳐다 보고 있는 걸 봤다. 새는 곁눈질로 나의 동태를 살핀다. 그 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주 스르르 휴대폰을 꺼낸다. 나 라는 몸에 내 팔이 뱀처럼 기어다니듯 손을 스스르 움직여 휴대폰을 꺼낸다. 찰칵찰칵. 다행히 날아가지 않는다. 저 새는 분명 힘주어 쳐다봐야 할 무엇인가 있었던게지. 짧은 일광욕을 마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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