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Instant blogging 127

명절 연휴에는 친구를 만나고는 했지

예전에는 설날 연휴가 되면 고향 친구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추석 때도 마찬가지. 까치설날에 밤에 우리는 모여서, 통닭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 그 만남은 점차 어려워지기는 했다. 그리고 몇 해 전 친구들 간의 단톡방이 깨지면서, 거기에 코로나까지 더 해서, 몇 해 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학교 워크숍 중 차를 마시게 되었고, 차 관련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 생각이 났다. 이러저러해서 네 생각이 났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부산 오나? 짧은 답을 받고, 우리는 오늘 만났다. 악수를 하는데, 오른팔이 아프단다. 혼자 넘어졌다고. 농구, 야구를 좋아하고 잘하던 녀석이 혼자 넘어졌다니. 나..

진주자동차검사소에서 올란도 정기 검사

작년에 산 올란도의 정기검사일이 다가왔다. 언제할까 틈만 엿보다가 오늘로 예약을 해뒀었다. 2시 20분 예약이었는데, 2시에 맞춰갔고, 별 다른 어려움없이 검사를 마쳤다. 예약시간에 정확하게 맞춰갈 필요는 없구나. 정기검사 예약을 하는 란에 ‘그 외 궁금한 점’을 남기는 곳도 있길래, “DPF 클리닝은 어떻게 언제 해야 합니까?” 라고 남겼다. 검사가 끝나고 ‘판정소’로 갔더니,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고, 다음 검사는 2년 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DPF에 대해서는 차량을 만든 회사에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대부분 클리닝 같은 거 안 하고 타시던데요.라고 덧붙이시더라. 흠. 일단 DPF 클리닝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타는 것으로.

실탄 11발과 경찰의 총에 맞은 소녀

오늘 아침 본 뉴스. 공권력에 대한 위협, 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순한 대응… 이런 것들이 기사로 나더니, 오늘에는 그런 우려(?)를 씻어줄 기사가 나왔다. 실탄 11발이라니. 실탄 발사까지 가기 전에 여러가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구두로 경고를 하고 테이저 건을 사용하고 하는 등등. 그리고 오늘 뉴욕타임즈에서 본 기사. 칠레에서 온 14살 짜리 소녀. 경찰이 한 용의자를 쫓다가 쏜 총알에 죄없는 이 소녀가 죽었다. 경찰의 ‘재빠른’ 총기 사용에 대한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 공권력의 사용이란 엄중한 것이다. 적절한 균형이란 매우 찾기 어려운데, 그 상황이 늘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국에 어떤 한쪽의 힘이 강할수록 대응 강도도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같은 날 이 두 기사를 보니, 우리는 과연 사회의 안전을 ..

초전동 아침 산책길에 보게 된 오리들

영하 8도. 묵직한 음식물쓰레기통, 가득찬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 버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었다. 나선 김에 영하 8도의 아침을 음미하기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긴다. 탈탈탈 음식물 쓰레기를 털어넣는다. 2킬로가 넘는다. 생수가 담겨온 패트병은 또 분리하고 다른 플라스틱은 한 데 담고. 영하 8도는 장갑 없이는 손을 내놓고 다니면 안되는 기온이구나… 손가락이 운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랑 재활용쓰레기를 담았던 포대자루만 우리층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 1층으로 간다. 추위야 기다려라. 누구집 자전거인가. 간밤에 너무 추워 물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늘을 보니 달도 질렸다. 뒷짐지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눈물은 속눕썹에 맺혀 얼까말까 고민한다. 바람이 옆에서 분다. 내 오른쪽에서..

남편과 집구석

집구석 : '집안'을 잡아 이르는 말 90년대 드라마에서 '이 놈의 집구석, 아주 들어오기가 싫다 싫어.' 따위의 대사 속에 섞여 들려왔다. 집구석은 여자가 지켜야 하는 공간이거나 지켜내야 하는 공간이고, 가족들에게 오로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공격의 화살은 집구석을 지키는(실제로는 맞벌이를 하느라 홀로 지키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로 향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아빠도 저런 대사를 몇 번쯤은 날리지 않았을까. 이런 드라마에서 '집구석'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집에 들어오기 전이 바깥이라면, 그 바깥에서의 고된 정신적, 혹은 육체적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거머리처럼 따라붙은 그 피로를 다 떼어내고 집으로 올 수 없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 문을 열며 '..

사물 글쓰기 강의 엿듣기

사물은 거기에 있고, 우리는 거기 주변에 있다. 우리가 있어야 사물은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가 주는 의미 없이도 사물은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사물 가까이에 있어서, 사물을 들여다 봄으로써, 거기에 묻어난 우리의 흔적을 벗겨낼 수 있다. 무엇으로든 은유가 될 수 있어 사물을 쳐다보고 언어로서 사물에 닿아보려 애쓸 수 있다. 애는 쓰지만, 언어는 우리의 조력자이자 최후까지 살아남는 방해꾼 최선을 다해 사물에 다가가려 하지만, 노력은 거기까지 가장 피상적인 사물의 속성에서 시작하지만, 그 사물의 속성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나를 포함한, 나의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에게만 일부 진실일 수 있는 그 머나먼 속성, 또 다른 사물을 찾아내는 게 최선 객관은 가깝지만, 객관은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아 이야기가..

월아산 일출과 금목서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섰다. 그러니 딸의 자는 얼굴만 보고 나선 것. 아침 기온은 8도인데, 내가 자전거로 최소 20킬로 정도로는 달릴테니 체감 온도는 6도? 긴팔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예전에 사둔 유니클로 경량패딩 조끼를 입고, 거기에 파타고니아 나노 에어 재킷을 입는다. 이 차림으로 견딜 수 있는 기온은 어느 정도일까. 늘 찬바람은 손끝에서부터 전해진다. 여차하면, 두꺼운 장갑을 껴야지 생각하고 있다. 아니다, 올해에는 바미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자전거로 다리를 건너는데, 하늘이 불긋불긋 하더니 내게 일출을 보여준다. 딱 나만보라고 손바닥을 쥐었다가 펴서 해를 빼꼼히 꺼내 보여주는 것처럼 빼꼼 보여줬다. 나만 보고 사진으로 남겼다. 나만 본 해를 담고 기분이 좋아져 경쾌하게 페달질. 아침에 ..

달빛 데칼코마니

달님이 강물에 세수한다. 꽃 본 듯이 그걸 사진으로 사람들이 찍고 있고, 나는 굳이 멈추어 카메라를 꺼내 본다. 내 눈에는 가깝더니, 카메라로는 멀기만 하다. 사랑하는 게 아니라도, 관심을 갖고 보는 것들은 큼지막해 보인다. 내 마음이 화면이라면, 화면 가득 채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저렇게 명명백백한 것을 왜 못 보나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오해하고, 그러면 세상도 나를 오해하기 쉽다. 내 눈 너무 명확한 것은 내가 그것을 오래 봐왔거나, 열심히 보고 있거나 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내 곁을 지나는 사람, 내가 보는 방향을 같이 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내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내가 더 잘 이해라려고 고개를 박는데, 덕분에 나는 오해가 가능하다. 이해의 깊이만큼 오해는 ..

한참 늦게 ‘8월의 크리스마스’ 보기

“8월의 크리스마스”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있었다. 나는 본 적이 없는데, “너무 유명한 건 보기 싫어서.” 말하기에는 그 얘기를 들을 사람도 없다. 사진관은 거의 사라졌다. 그곳 주변의 이야기들, 그것에서의 이야기들은 이제 어디로 갔을까. 영화 초반 나는 신은하씨보다 전미선씨를 보고 놀랐다. 사람은 가도 이야기는 남는구나. 내 이야기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은 내 이야기를 남길 수 없는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누구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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