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Instant blogging 130

넷플릭스 영화 추천 : 블랙크랩 - 배우가 다 한 영화

아주 오랜 만이다. 넷플릭스 영화인데, 볼만 했던 것은. 이제는 액션을 좋아하는 아재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액션만 나온다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전쟁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해서 일단 선택했다. 보통은 영어로 된 작품만 보는데, 이건 스웨덴 작품이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누미 라파스”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쁜” 배우는 아니다. 딸을 잃고 임무에 집중하는 재능있는 군인인 그녀는 눈길을 잡아 끈다. 얼어 붙은 바다 위를 스케이트로 달려 캡슐을 전달하라. 캡슐 안에 들어있는 것을 절대 보면 안된다. 얼어붙은 바다라고 안전하지 않다. 소리를 내기만 하면 거의 전 세계를 먹어치운 적에게 노출된다. 이 영화는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떤 전쟁인지, 누구와 누구의 전쟁인지에..

눈가리고 아웃

업무의 압박이 심하다. 나는 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해야 할 일을 곧잘 미루고, 발등에 불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히 불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너무 잦은 불은 피곤하므로, 수업 준비는 늦지 않게 하는 편이나, 담임에서 업무교사로의 전환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나는 일을 겁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겁이 나면 고개를 땅에 쳐박는 타조가 이해가 된다. 당장 코 앞만 보고 일을 하니, 먼 계획은 세울 수가 없다. 한 해의 계획을 세워야지 생각하니 이미 늦었다. 그저 지난해 예상해 둔 계획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오늘 밤에야 들었다. 오미크론이 창궐하는 월요일 아침답게, 선생님 몇 분은 학교에 올 수 없었고, 부랴부랴 우리 일과 선생님은 수업 바꾸고 대강 ..

대통령은 브루스 놀란이 아니다

오늘 아침은 투표로 시작했다. 아들은 자꾸, 나와 아내에게 누구를 찍었냐 물었다. 아내는 비밀투표라며 말해주지 않다고 결국 아들 귀에 대고 작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끝끝내 말하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관심많은 이번 대선. 역대 가장 비호감 대선이라는 데,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개표방송의 시민 인터뷰를 보니, 모두들 살기 좋은 세상을 말한다. 그게 모두 살기 좋은인지, 나만 살기 좋은 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가 뽑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욕망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 어느 지역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것은 소용이 없고, 맞는 말도 아니다. 국민은 개별 시민의 총합은 아니지만, 개별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하나의 덩어리이기는 하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이라도, 우..

명절 연휴에는 친구를 만나고는 했지

예전에는 설날 연휴가 되면 고향 친구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추석 때도 마찬가지. 까치설날에 밤에 우리는 모여서, 통닭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 그 만남은 점차 어려워지기는 했다. 그리고 몇 해 전 친구들 간의 단톡방이 깨지면서, 거기에 코로나까지 더 해서, 몇 해 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학교 워크숍 중 차를 마시게 되었고, 차 관련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 생각이 났다. 이러저러해서 네 생각이 났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부산 오나? 짧은 답을 받고, 우리는 오늘 만났다. 악수를 하는데, 오른팔이 아프단다. 혼자 넘어졌다고. 농구, 야구를 좋아하고 잘하던 녀석이 혼자 넘어졌다니. 나..

진주자동차검사소에서 올란도 정기 검사

작년에 산 올란도의 정기검사일이 다가왔다. 언제할까 틈만 엿보다가 오늘로 예약을 해뒀었다. 2시 20분 예약이었는데, 2시에 맞춰갔고, 별 다른 어려움없이 검사를 마쳤다. 예약시간에 정확하게 맞춰갈 필요는 없구나. 정기검사 예약을 하는 란에 ‘그 외 궁금한 점’을 남기는 곳도 있길래, “DPF 클리닝은 어떻게 언제 해야 합니까?” 라고 남겼다. 검사가 끝나고 ‘판정소’로 갔더니,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고, 다음 검사는 2년 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DPF에 대해서는 차량을 만든 회사에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대부분 클리닝 같은 거 안 하고 타시던데요.라고 덧붙이시더라. 흠. 일단 DPF 클리닝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타는 것으로.

실탄 11발과 경찰의 총에 맞은 소녀

오늘 아침 본 뉴스. 공권력에 대한 위협, 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순한 대응… 이런 것들이 기사로 나더니, 오늘에는 그런 우려(?)를 씻어줄 기사가 나왔다. 실탄 11발이라니. 실탄 발사까지 가기 전에 여러가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구두로 경고를 하고 테이저 건을 사용하고 하는 등등. 그리고 오늘 뉴욕타임즈에서 본 기사. 칠레에서 온 14살 짜리 소녀. 경찰이 한 용의자를 쫓다가 쏜 총알에 죄없는 이 소녀가 죽었다. 경찰의 ‘재빠른’ 총기 사용에 대한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 공권력의 사용이란 엄중한 것이다. 적절한 균형이란 매우 찾기 어려운데, 그 상황이 늘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국에 어떤 한쪽의 힘이 강할수록 대응 강도도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같은 날 이 두 기사를 보니, 우리는 과연 사회의 안전을 ..

초전동 아침 산책길에 보게 된 오리들

영하 8도. 묵직한 음식물쓰레기통, 가득찬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 버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었다. 나선 김에 영하 8도의 아침을 음미하기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긴다. 탈탈탈 음식물 쓰레기를 털어넣는다. 2킬로가 넘는다. 생수가 담겨온 패트병은 또 분리하고 다른 플라스틱은 한 데 담고. 영하 8도는 장갑 없이는 손을 내놓고 다니면 안되는 기온이구나… 손가락이 운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랑 재활용쓰레기를 담았던 포대자루만 우리층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 1층으로 간다. 추위야 기다려라. 누구집 자전거인가. 간밤에 너무 추워 물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늘을 보니 달도 질렸다. 뒷짐지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눈물은 속눕썹에 맺혀 얼까말까 고민한다. 바람이 옆에서 분다. 내 오른쪽에서..

남편과 집구석

집구석 : '집안'을 잡아 이르는 말 90년대 드라마에서 '이 놈의 집구석, 아주 들어오기가 싫다 싫어.' 따위의 대사 속에 섞여 들려왔다. 집구석은 여자가 지켜야 하는 공간이거나 지켜내야 하는 공간이고, 가족들에게 오로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공격의 화살은 집구석을 지키는(실제로는 맞벌이를 하느라 홀로 지키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로 향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아빠도 저런 대사를 몇 번쯤은 날리지 않았을까. 이런 드라마에서 '집구석'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집에 들어오기 전이 바깥이라면, 그 바깥에서의 고된 정신적, 혹은 육체적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거머리처럼 따라붙은 그 피로를 다 떼어내고 집으로 올 수 없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 문을 열며 '..

사물 글쓰기 강의 엿듣기

사물은 거기에 있고, 우리는 거기 주변에 있다. 우리가 있어야 사물은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가 주는 의미 없이도 사물은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사물 가까이에 있어서, 사물을 들여다 봄으로써, 거기에 묻어난 우리의 흔적을 벗겨낼 수 있다. 무엇으로든 은유가 될 수 있어 사물을 쳐다보고 언어로서 사물에 닿아보려 애쓸 수 있다. 애는 쓰지만, 언어는 우리의 조력자이자 최후까지 살아남는 방해꾼 최선을 다해 사물에 다가가려 하지만, 노력은 거기까지 가장 피상적인 사물의 속성에서 시작하지만, 그 사물의 속성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나를 포함한, 나의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에게만 일부 진실일 수 있는 그 머나먼 속성, 또 다른 사물을 찾아내는 게 최선 객관은 가깝지만, 객관은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아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