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만이다. 넷플릭스 영화인데, 볼만 했던 것은. 이제는 액션을 좋아하는 아재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액션만 나온다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전쟁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해서 일단 선택했다. 보통은 영어로 된 작품만 보는데, 이건 스웨덴 작품이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누미 라파스”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쁜” 배우는 아니다. 딸을 잃고 임무에 집중하는 재능있는 군인인 그녀는 눈길을 잡아 끈다.
얼어 붙은 바다 위를 스케이트로 달려 캡슐을 전달하라.
캡슐 안에 들어있는 것을 절대 보면 안된다. 얼어붙은 바다라고 안전하지 않다. 소리를 내기만 하면 거의 전 세계를 먹어치운 적에게 노출된다.
이 영화는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떤 전쟁인지, 누구와 누구의 전쟁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생략한다. 오로지 주인공의 경우, “딸”이 있다는 배경이 등장한다. 모성애에 기대어 영화를 끌고 가지만, 상당 부분은 전쟁 중의 침입 작전으로서의 구성도 충분히 좋다. 배우들과 전쟁에 대해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영화는 짧은 시간에 주제를 드러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잘 만든 영화인데, 결국 배우의 힘이 가장 컸다.
30분 만 보고, 나중에 다시 나누어 봐야지 생각했는데, “누미 라파스” 때문에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넷플릭스에서 배우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주인공이다. 1인 다역은 전혀 무리 없이 소화하며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 가던 그녀.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 몰라도, 왜 전쟁은 결국 끝날 수 밖에 없는 지 보여준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사람이고,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침대에 누워 편히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전쟁 영화를 편히 본다는 데에서 어쩔 수 없는 위선을 경험한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생각하면서도, 전쟁의 소식에 귀만 기울이고 있다.
아무튼 추천한다. 요즘 넷플릭스에 볼 게 없다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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