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압박이 심하다. 나는 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해야 할 일을 곧잘 미루고, 발등에 불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히 불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너무 잦은 불은 피곤하므로, 수업 준비는 늦지 않게 하는 편이나, 담임에서 업무교사로의 전환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나는 일을 겁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겁이 나면 고개를 땅에 쳐박는 타조가 이해가 된다.
당장 코 앞만 보고 일을 하니, 먼 계획은 세울 수가 없다. 한 해의 계획을 세워야지 생각하니 이미 늦었다. 그저 지난해 예상해 둔 계획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오늘 밤에야 들었다.
오미크론이 창궐하는 월요일 아침답게, 선생님 몇 분은 학교에 올 수 없었고, 부랴부랴 우리 일과 선생님은 수업 바꾸고 대강 계획을 수립하느라 바빠졌다. 나도 연락을 다 받지 못해서, 누가 왜 안 오는 지 파악이 잠시 되지 않는다. 그렇게 불을 끄고 나면 수업이다. 1교시는 어찌 지나간 것인가.
그래도 수업은 낫다. 수업에 들어가면, 수업하고 수업 준비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르니 수업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교사라는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무엇일까? 학생들을 관찰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것일텐데, 그런 점에서는 담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다. 나는 그 담임에서 올해에는 멀어졌고, 나름의 일의 의미를 찾고 있다. 그런데도, 시간이 모잘라서, 이제 매일 조금씩 늦게까지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내일은 하나의 일을 마무리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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