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설날 연휴가 되면 고향 친구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추석 때도 마찬가지. 까치설날에 밤에 우리는 모여서, 통닭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면서 그 만남은 점차 어려워지기는 했다. 그리고 몇 해 전 친구들 간의 단톡방이 깨지면서, 거기에 코로나까지 더 해서, 몇 해 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학교 워크숍 중 차를 마시게 되었고, 차 관련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 생각이 났다. 이러저러해서 네 생각이 났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부산 오나? 짧은 답을 받고, 우리는 오늘 만났다.
악수를 하는데, 오른팔이 아프단다. 혼자 넘어졌다고. 농구, 야구를 좋아하고 잘하던 녀석이 혼자 넘어졌다니. 나이는 마음으로는 오지 않고 몸으로만 와서 마음까지 괴롭힌다. 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는 아버지가 다치 신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다. 미워할 사람을 만들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는 사람이 암에 걸리는 일 따위가 흔하다. 아이들과 잘 놀고 있느냐. 아내는 뭐하고 어떠냐? 조직이 커지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결정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게 많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안양에서 지하철타고 서울 동대문 완구거리에 갈 수 있다.
점심은 각자 집으로 먹으러 가야 한다.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얼른 이야깃거리를 꺼내 놓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게 얼마만인가 셈해보지도 않았다. 서로 떨어져 있었으니, 그 사이 우리는 얼마큼 바뀌어 있나 재본다.
나는 친구에게 줄 책을 하나 가지고 갔다. 좋은 책이 많은데,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새 책으로 갖고 있는 게 없다. 좋은 책, 나누고 싶은 책은 여분으로 몇 권 사둬야지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는 붕어빵을 산다. 우리 아들은 한 자리에서 붕어빵 10개를 먹어. 아이들은 다 붕어빵을 좋아하나 보다. 나에게도 한 봉지 안겨준다. 많은 양이라 다 먹지 못하고 가지고 왔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맥주 한 캔을 뜯고, 붕어빵이랑 먹어야지.
또 보고 싶다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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