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는 꼿꼿이 서 있었는데, 오늘보니 저렇게 누워 있다.
아직 씨를 다 털지도 않고 혼자서 저리 될리가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 주차장에 오가다가 누군가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별 필요가 없는 생명이라, 어찌 저 민들레를 돌볼 필요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학교에는 필요가 넘치는 공간이라, 필요치 않은 것들은 쉬이 잊혀진다.
필요를 증명해야 무엇이든 살아남을 수 있다.
딱히 학교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만, 학교에서 조차 그렇다.
시험을 치고, 오늘 학생들의 서술형 답안을 채점하는데, 내 손의 움직임이 단조롭다. 우상단에서 좌상단으로 빗금, 맞혀지지 못한 문제는 소용이 없다. 소용없는 답을 쓸 바에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의지도 보인다.
빈 답안지.
민들레의 소임을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는 것. 민들레의 소임은 현재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 무엇이 될 지 모를 미래를 위해 민들레는 씨를 뿌린다.
텅빈 답안지,
틀린 문제가 더 많은 답안지가
마치 들어누운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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