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Instant blogging 127

고민없이 파란 하늘

주말 동안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특히나 가족들을 만나는 게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서울에 다녀왔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막히는 도로를 잘 피했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고향인 부산도 아니고, 작기만 한 진주에서 살다 보니, 대형 도시에 가려니 걱정이 여러모로 되었다. 사람이 많은 것은 딱 질색이지만, 새로운 것들이 가득한 곳으로의 여행은 즐거웠다. 특히나 아내는 아무런 계획도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많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제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차를 몰고 왔고, 낮에는 아내를 도와 집을 정리하다 보니 피로를 풀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점심을 먹고 나서 졸음이 쏟아져 누웠는데,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낮잠으로 오후를 보내고 로컬마트..

20220601 세차와 더블샷

아내차를 거의 8개월 정도만에 세차했다. 세차 바스켓을 들고 나가서 구석구석 보이지 않던 먼지를 벗겨낸다. 벗기고 나니 작은 새로운 상처들이 보인다. 새차는 곧 헌 차가 된다. 차 안까지 클리너를 뿌리며 닦고 나면 몸은 약간 지친다. 날이 덥지 않아서 일까 평소의 ‘지침’보다는 덜한데.. 자출 덕분에 조금 체력이 좋아졌나 싶기도 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로 빨아냈지만, 그래도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바람을 넣어 먼지를 빼야 한다. 그래서 드라이브. 목적지 없는 나른한 드라이브란 얼마나 좋은가. 잠깐 차를 몰아 스타벅스로 온다. 분명히 문을 열었을 유일한 커피숍. 바닐라 더블샷을 주문하고 후루룩 마실 준비를 한다. 얼음뺀 바닐라 더블샷. 당충전 끝.

양귀비 출근길

활짝 핀 양귀비. 출근길, 치마를 펼친 것처럼 바람에 하늘 거리는 양귀비 꽃. 닥종이 같은 꽃잎이 햇볕에 반쯤 속을 드러낸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차를 탈 때보다 덜 서두르는데도, 웬만해서는 자전거를 멈추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멈춰서 햇볕에 제 아름다움을 뽐내는 양귀비 꽃을 잠시 본다. 세상에는 내 관심을 바라는 대상이 많고, 나도 그렇다. 사람들이 꽃 같아서, 내 눈도 손도 바빠 가끔은 피로해서 그냥 나도 길가에 핀 꽃이되 눈에 띄지 않는 꽃이었으면 한다.

익룡발자국전시관에 거북이

익룡발자국전시관에 발자국이 있는 작은 짐승들이 왔다 거복이, 도마뱀, 배.. 이름은 들었으되 기억은 못한다 4살 난 거북이 앞에 자리를 잡고 지켜본다 고개를 박고 물을 마시는 거북이 한 꿀떡 두 꿀떡 넘어가는 시간이 한 4초 입에 담은 물이 목을 넘어가는 게 보인다 입에서 목까지의 거리는 3초 이상 이 글을 때리며 내가 커피를 넘기는 시간은 촌급 나는 얼마나 쾌속으로 사는가 느리게 사는게 장수의 요령이리라

니로 연비 기록 29.4

오늘의 대단한 일 : 니로 연비 기록 70킬로 미터 정도 국도와 시내 주행을 하고 연비 29.4km/L 주행 중에는 리터당 30km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아무튼 최고 기록이다. 연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들에게는 '액체인 기름으로 어떻게 차를 움직이게 만들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다.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차를 타지 않아야 하겠지만, 타야 한다면 가솔린으로 연비 좋은 차를 타야 하지 않을까. 전기차가 깨끗해지려면 전기를 만드는 과정도 깨끗해야 한다. 국도 제한 속도가 80킬로였기 때문에, 크루즈 컨트롤로 계기판상 85로 맞추고, 더 느린 차가 있으면 잠시 가속해서 추월했다. 에어컨은 실내온도 22.5도 맞춘 상태였다.

드러누운 민들레

어제 아침에는 꼿꼿이 서 있었는데, 오늘보니 저렇게 누워 있다. 아직 씨를 다 털지도 않고 혼자서 저리 될리가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 주차장에 오가다가 누군가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별 필요가 없는 생명이라, 어찌 저 민들레를 돌볼 필요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학교에는 필요가 넘치는 공간이라, 필요치 않은 것들은 쉬이 잊혀진다. 필요를 증명해야 무엇이든 살아남을 수 있다. 딱히 학교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만, 학교에서 조차 그렇다. 시험을 치고, 오늘 학생들의 서술형 답안을 채점하는데, 내 손의 움직임이 단조롭다. 우상단에서 좌상단으로 빗금, 맞혀지지 못한 문제는 소용이 없다. 소용없는 답을 쓸 바에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의지도 보인다. 빈 답안지. 민들레의 소임을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는 것. 민..

넷플릭스 영화 추천 : 블랙크랩 - 배우가 다 한 영화

아주 오랜 만이다. 넷플릭스 영화인데, 볼만 했던 것은. 이제는 액션을 좋아하는 아재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액션만 나온다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전쟁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해서 일단 선택했다. 보통은 영어로 된 작품만 보는데, 이건 스웨덴 작품이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누미 라파스”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쁜” 배우는 아니다. 딸을 잃고 임무에 집중하는 재능있는 군인인 그녀는 눈길을 잡아 끈다. 얼어 붙은 바다 위를 스케이트로 달려 캡슐을 전달하라. 캡슐 안에 들어있는 것을 절대 보면 안된다. 얼어붙은 바다라고 안전하지 않다. 소리를 내기만 하면 거의 전 세계를 먹어치운 적에게 노출된다. 이 영화는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어떤 전쟁인지, 누구와 누구의 전쟁인지에..

눈가리고 아웃

업무의 압박이 심하다. 나는 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해야 할 일을 곧잘 미루고, 발등에 불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히 불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너무 잦은 불은 피곤하므로, 수업 준비는 늦지 않게 하는 편이나, 담임에서 업무교사로의 전환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나는 일을 겁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겁이 나면 고개를 땅에 쳐박는 타조가 이해가 된다. 당장 코 앞만 보고 일을 하니, 먼 계획은 세울 수가 없다. 한 해의 계획을 세워야지 생각하니 이미 늦었다. 그저 지난해 예상해 둔 계획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오늘 밤에야 들었다. 오미크론이 창궐하는 월요일 아침답게, 선생님 몇 분은 학교에 올 수 없었고, 부랴부랴 우리 일과 선생님은 수업 바꾸고 대강 ..

대통령은 브루스 놀란이 아니다

오늘 아침은 투표로 시작했다. 아들은 자꾸, 나와 아내에게 누구를 찍었냐 물었다. 아내는 비밀투표라며 말해주지 않다고 결국 아들 귀에 대고 작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끝끝내 말하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관심많은 이번 대선. 역대 가장 비호감 대선이라는 데,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개표방송의 시민 인터뷰를 보니, 모두들 살기 좋은 세상을 말한다. 그게 모두 살기 좋은인지, 나만 살기 좋은 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가 뽑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욕망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 어느 지역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것은 소용이 없고, 맞는 말도 아니다. 국민은 개별 시민의 총합은 아니지만, 개별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하나의 덩어리이기는 하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이라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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