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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Instant blogging

달빛 데칼코마니 달님이 강물에 세수한다. 꽃 본 듯이 그걸 사진으로 사람들이 찍고 있고, 나는 굳이 멈추어 카메라를 꺼내 본다. 내 눈에는 가깝더니, 카메라로는 멀기만 하다. 사랑하는 게 아니라도, 관심을 갖고 보는 것들은 큼지막해 보인다. 내 마음이 화면이라면, 화면 가득 채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저렇게 명명백백한 것을 왜 못 보나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오해하고, 그러면 세상도 나를 오해하기 쉽다. 내 눈 너무 명확한 것은 내가 그것을 오래 봐왔거나, 열심히 보고 있거나 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내 곁을 지나는 사람, 내가 보는 방향을 같이 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내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내가 더 잘 이해라려고 고개를 박는데, 덕분에 나는 오해가 가능하다. 이해의 깊이만큼 오해는 .. 더보기
한참 늦게 ‘8월의 크리스마스’ 보기 “8월의 크리스마스”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있었다. 나는 본 적이 없는데, “너무 유명한 건 보기 싫어서.” 말하기에는 그 얘기를 들을 사람도 없다. 사진관은 거의 사라졌다. 그곳 주변의 이야기들, 그것에서의 이야기들은 이제 어디로 갔을까. 영화 초반 나는 신은하씨보다 전미선씨를 보고 놀랐다. 사람은 가도 이야기는 남는구나. 내 이야기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은 내 이야기를 남길 수 없는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누구든 행복하길. 더보기
Ricoh GR : 안개 낀 날 출근길 아침 속으로 들어가는 길 출근길에 퇴근길을 생각하는 조급함 더보기
여름 가다 오늘 10월 들어 처음으로 긴팔을 꺼내 입었다. 학교를 마치고 퇴근하는데, 학생들의 이야깃 소리 "야, 이제 춥다 추워." 가을은 인기척도 없이 겨울을 끼고 왔다. 더보기
10월의 남일대 해수욕장 진주에서 한 시간. 남일대까지 오는 길은 왜 이렇게 막히나. 모두들 어디로 가나. 멀미가 난다는 아들은 바다를 보고 차를 탔었다는 것도 잊었다 바다에서 사는 생명체처럼 바다 옆에 바짝 붙어 잠시 숨 돌릴 때에만 뭍으로 온다 여름을 놓아주지 않는 가을의 바다 더보기
오늘의 악취 : 초전 도로 확장, 벼랑 아침 자출, 코를 찌르는 악취. 딱 시궁창 냄새다. 누군가 하수구에서 오물을 퍼올려서 길가에 펼쳐둔 그 냄새 아무래도, 저기 저 벼랑에 바르는 것에서 나는 냄새인가보다. 한 분이 밧줄에 매달려서 저것을 뿌려 바르고 있다. 가까이서 맡는 냄새는 악취가 아니라, 생명을 단축시키는 냄새가 아닐까. 더보기
가을 일기, 하늘, 봉지커피, 영어말하기 대회 심사, 자출 아침에 출근하면, 가끔 나보다 더 일찍 와 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어떤 이유로 먼저 와 있는 것일까? 대개는 교실불은 끈채로, 에어컨은 켠채로 휴대폰을 하고 있다. 아니면, 대범(?)하게 교실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낮이 되어도 교실은 밝아지지 않는다. 햇볕이 싫은 건지, 어두운 게 익숙한 건지, 대개 운동장쪽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고, 전등으로만 불을 밝히고 있다. 전등을 모두 켜면 밝기는 한데, 해가 비추는 바깥 만큼 밝고 환하지 않다. 에어컨이 풍기는 그 약간 습한 느낌, 사람의 몸을 파고 드는 그 차가움에 학생들은 비실 비실 졸기 시작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햇볕이 났다. 꿉꿉한 이불이 있으면 볕에 널면 좋을텐데, 나는 잠시 긴 장마와 잦은 비에 눅눅한 나를 말리러 나간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더보기
낮맥 가능! 무알콜 맥주! 얼마전, 글쓰기 친구분이 무알콜 맥주를 블로그에 올리셨다. 자주 구경하는 펀샵(www.funshop.com)에도 무알콜 맥주가 있는 것은 봤지만, 주문해서 먹어본 적은 없었다. 10년도 더 되기 전에 마셔도 무알콜 맥주가 너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받아서 마셔본 무알콜 맥주를 맛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술은 아니지만, 맥주맛에 아주 가깝다. 지구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음료를 맛보며 나이가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맛에 대한 취향은 딱 먹어본 것에 머무르기 쉽다. 그리고 각 영역은 자기 자리를 찾는다. 콜라가 필요할 때는 딱 콜라가 필요하다. 피자를 시켜놓고 콜라에 얼음을 준비한다. 콜라 대신 쿨피스를 마실 수도 없고, 커피를 마실 수도 없다. 반드시 콜라여야 할 것 같다. 맥주는 저녁식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