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마치 바다 위 배 같은 것. 홀수산을 맞추기 위해 바라스트 워터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나는 지그시 눌러 줄 무언가가 내 속에 필요하디. 내게는 책을 읽는 일, 자전거를 타는 일, 혼자 있는 시간이 그러한 물과 같은 것들인데 요즘에는 많이 부족하다 느낀다.
점심을 먹고 학교 한 바퀴를 빠삐용처럼 돈다. 그리고 나는 도무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한마리가 나와 같은 자세로 학교 밖을 쳐다 보고 있는 걸 봤다. 새는 곁눈질로 나의 동태를 살핀다. 그 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주 스르르 휴대폰을 꺼낸다. 나 라는 몸에 내 팔이 뱀처럼 기어다니듯 손을 스스르 움직여 휴대폰을 꺼낸다. 찰칵찰칵. 다행히 날아가지 않는다. 저 새는 분명 힘주어 쳐다봐야 할 무엇인가 있었던게지.
짧은 일광욕을 마치고 나는 다시 서울-부산행 버스 기사처럼 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부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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