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없는 봄. 오늘은 10시까지 일을 하다가 왔는데, 다 마치지 못했으니 아마도 일요일에 학교에 가야할 것 같다.
밤 9시가 되기 5분 전, 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지금 바로 와.
아빠, 나 어제 아빠가 사온 폴라포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어. 엄마가 먹지 말래.
왜?
미술 학원 갔다 와서는 공부하라 하고,
피아노 학원 갔다 와서는 씻으라 하고, 그 다음에 밥먹고..
(딸은 억울한 듯 분한 듯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코 끝부터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할 거 하다 보니 먹을 시간이 없었구나. 내일 우리 차 타고 놀러 갈 때 먹어.
아니, 난 책 보면서 먹고 싶단 말이야.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 이제 잘 시간이고. 내일 먹어야지. 자고 있어 아빠 좀 더 하다가 갈께.
응.
안녕~.
—
내일은 딸이 아이스크림 먹는 걸 봐야지.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널을 뛴다. 나에게 드라마 같고 영화 같은 사람이다. 마음은 늘 집에 있는데, 자꾸 일이 방해한다. 많은 일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까. 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이해되지 않지만, 그러고 가서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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