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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잇어답터의 M1 맥북에어 영입

아마도 매형을 만나고 였던 것 같다. 나는 급속도로(?) 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Palm OS라는 게 있을 때여서 PDA의 전성시대였다. 대개는 흑백 화면이고, 가끔 컬러 화면이 있었다. mp3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었지만, txt 파일로 된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일정 관리하고 단순한 게임을 하는 용도로 썼다. 그런 기기를 한 10개는 바꿈질해가면서 신나게 놀았었다. 이후에는 WinCE계열의 PDA가 나오면서 전화, 네비, 영상 감상용 기기로까지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기기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기기들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제품을 사지 않아도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해서 써볼 수 있었다. 밤에 이부자리에 엎드려 책을 읽다가, 작은 자판(아..

일상사/Stuff 2022.03.05

삶을 성장시키는 하루 네 가지 메모 방법

초과근무를 쓰고 9시까지 학교에서 일을 하다가 왔다. 담임을 하면서 야자감독을 하느라 늦게까지 학교에 남았던 적은 있었지만, 그냥 일을 해야 해서 남은 적은 별로 없는데, 오늘은 그런 날이다. 1, 3, 4교시는 수업이고, 2교시는 부장 회의. 잠시 컴퓨터 앞에 앉으면 결재해야 할 것들이 쌓여 있다. 뭔가 유려하게 처리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거나 지치고 힘들다는 것은 아니다. 점점 더 학교에서 여러 가지 재미를 느끼고 있고, 그런 시간이 다가와 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내 삶이 과학이 되도록,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기록의 양을 늘여가고 있다. 이전에도 기록하고 메모하기는 했지만, 대개 어떤 이벤트가 생기거나,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기록..

절여진 하루와 엄마의 김치

오늘 화장실에 딱 한 번 갔다. 커피는 딱 한 잔 마셨다. 점심 먹고 바로 책상에 앉았다. 수업은 1교시부 3교시까지 연달아하고, 6교시에는 부담임으로 2학년 학급에 가서 창체활동 지도하고, 7교시에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개학한 지 이틀이 지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긴 이틀을 보내고 나니 피로감이 크다. 와중에 아빠가 보낸 엄마의 사진을 받았다. "봄배추에는 물이 많아서, 그 전에 겨울배추 사다가 담아두려고." 딸들은 단톡방에 올라온 엄마 사진을 보고, "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을 남겼다. 나는 그저 기막히게 좋은 사진이라 그냥 보고 있었다. 아빠가 대충 엄마를 보며 찍었을 사진인데 이렇게나 좋다. 퇴근하며 전화하니, 가지러 오라고 한다. 가지러 가고 싶다. 익은 채..

우리 딸이 1학년

딸은 들떠 있었다. 학교 가는 날이라서, 진짜 초등학생이 되는 날이라서. 딸에게는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되는 게,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게 이렇게 급작스럽고 한편으로는 간단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놀랍게 생각되는 것 같다. 졸업식을 하게 되니, 이제 다시는 유치원에 들어가서 놀 수가 없고, 입학식을 하게 되면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다니. 뭔가 복잡한 자격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다음날 입을 옷을 꺼내놓는데, 어제 딸은 초등학교 체육복을 꺼내놓았다. 손목에도 발목에도 옷이 자기 기준에서는 어중간하게 걸리는 걸 매우 싫어하는 딸은 입학하는 날 옷이 이상해서 늦는 일이 없도록 체육복을 꺼내뒀다. 오늘 아침에 등교시간이 9시라는 것을 알고는 나와 함께 골랐던..

아들, 종이 신문 읽자

신문을 구독했다. 아들이 3학년 때쯤에도 신문을 한번 구독한 적이 있다. 아들이 열심히 보겠다고(?)해서 구독했지만, 아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일단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티비로 뉴스를 보지 않고, 인터넷 기사도 잘 읽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읽을 경우, 대개 포털에서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기사"처럼 결국 추천에 의 한 기사만 읽게 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한 뉴스의 대부분이 가십에 가까운 뉴스였다고 한다. 현안인 경우도 있겠지만, 자극적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나의 목적은 다른 사람은 무슨 소식을 듣는가 가 아니다. 사회전반적인 현상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

절묘한 자리

요즘 들어 나는 참 많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어른이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도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른의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역할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잡고, 이겨내고, 견뎌내고, 지켜내면서도 하고 싶은 일까지 움튀워 하는 데 있다. 같이 살 때는 몰랐는데, 나는 내 식구들과도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할 때 엄마는 한번 크게 섭섭해 했고, 가끔 동생도 나에게 섭섭해 하고, 누나도 그렇다. 흠. 다행히 나는 식구들에게 별로 섭섭했던 적이 없다. 섭섭한 게 있으면 섭섭하기 전에 말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말하지 않고 참다가 말하면서, ..

늘 뒤에 서 있을께 - 딸이 자전거 라이더가 되는 과정

자전거를 타려면 페달을 밟기만 해서는 안된다.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잡기 쉽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은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지난여름 딸은 내 자전거 뒤에 매달린 위라이드 코파일럿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를 즐겼다. 균형은 내가 잡아주니 딸은 힘이 나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되었고, 여차하면 두 손을 놓고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다. 딸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부터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진도를 앞..

초등학교 입학 준비와 보조바퀴

유치원 졸업을 하고 이제 딸은 초등학교 갈 준비를 한다. 아내와 나 모두 일을 해야 하니 딸은 돌봄을 신청했다. 아들은 절대 돌봄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학교의 돌봄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아들은 나나 아내가 휴직을 했기 때문에 늘 부모 한 명의 보살핌을 받을 수가 있었다. 딸은 이제 오빠의 도움을 받아 하교를 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 아이를 보내는 것도 이제 두 번째라 아내는 별로 긴장한 기색이 없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갈 때에는 이런저런 검색을 하며, 더더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지 몇 번을 살펴봤다. 당시에는 코로나 전이라 그런가, 아파트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다. 딸은 학교에 갔다가 돌봄에 갔다가 오빠와 하교한다. 학원에 갔다 오면 아내..

선택과목 출석부 만들기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

2월을 이렇게 바쁘게 지낸 적이 있던가. 수업을 걱정하기 보다 학교 걱정(?)하며 보낸 적이 있던가. 올해에는 내 교직 생활 처음으로 부장을 맡게 되어 어리둥절하다. 게다가 교육과정부라니. 내 흥미에 맞으려면 차라리 독서와 관련되어 있거나, 컴퓨터나 원격 수업에 대한 것이거나 하면 좋을 것 같지만, 모두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무튼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너무 겁내지 않고 하면 된다. 일은 천천히 하면 된다. 너무 잘 너무 많이 하려고 하지 않으면 되는데, 그걸 명심하면 되는데.. 개학 전에 교육과정부에서 할 일이 많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수업(출석)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세팅을 하는 게 주요한 업무다. 학교의 기본 정보를 새학년도 기준으로 입력하고, 학생들이 배울 교과를 네이스에 ..

아빠의 퇴원과 한상 차림

엄마는 아주 한 상을 차렸다. 봄동, 파래무침, 콩잎,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아빠가 좋아하는 고기. 병원에서 흰쌀밥만 먹었다며 아빠는 잡곡밥이다. 11월 26일에 사고를 당하고 입원했다가 거의 세 달을 병원에서 보내고 아빠가 오늘 퇴원했다. 다행히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퇴원 시간에 맞춰 가서 퇴원 수속도 도와주고 내 차에 태워서 부산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엄마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도 먹고. 세 달을 지내면서 아빠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발가락을 잃은 게 제일 크지만, 거기에는 더 천천히 적응을 해야 한다. 양말을 신고도 작은 아빠의 오른발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간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던 것은 아닌데, 아빠의 작아진 발을 보게 되었다. 그래도 발이 남아 있어서 어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발목까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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