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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가득한 주말 : 진주 인근 갈만 한 곳 - 산청 원지 두물머리

진주에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늘면서 우리 가족은 주말도 오로지 집에만 있다. 지난주에는 딸을 태우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드라이브만 하고 들어온 적도 있다. 아들은 그것도 싫다며 집에 남았다. 그래, 차만 타고 돌아온다면 그게 무슨 재미인가. 엄마의 영향이 더욱 강력해서, 나는 딸을 꼬드겨서 잠시 내리려고 했지만(물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딸은 내리지 않았다. 요즘 계속 하는 생각은 '사람을 피하면서도 가볼 만한 곳이 어디가 있었나?' 자전거를 타고 진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터라 차가 닿지 않는 곳이라면 사람이 덜 붐비는 곳들은 좀 알고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가려면 차가 들어가는 곳이어야 한다. 차는 닿지만 사람이 많지 않은 곳. 일단 극장이나 쇼핑센터는 안된다. 시내도 안된다. 그러면 ..

여행 2020.12.04

수능 관리요원의 하루

내가 선 위치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 올해에는 수능 감독관을 하지 않았다. 관리요원으로 시험이 끝나고 감독관들이 가지고 온 답안지와 문제지를 점검하고 오류 사항을 찾았다. 시험 감독을 하면 최소 한 시간 반 이상 서 있어야 한다. 올해에는 교실 뒤에 의자 두 개를 갖다 두고, 필요한 경우 잠깐씩 앉으면서 감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어쨌거나 아픈 다리를 잠시 쉬게 하는 것이라 감독은 힘들다. 게다가 감독관의 실수 때문에 수험생이 피해를 입을까 봐,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혹여나 방조하여 문제가 일어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된다. 수능 응시생이 많이 줄었다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생활까지의 학업 성취를 마무리하는 시험이다. 수험생도, 학부모도, 감독관도 긴장한다. 온 한국이 긴장하여 우리나..

학교 관련 2020.12.03

수능, 코로나를 대비하라

수능 전날은 대개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모두 수능일이 다가올 걸 알지만, 그와 함께 일어날 많은 일들을 미리 걱정할 겨를은 없다. 수능 감독으로 가거나, 수능시험장 본부요원이 되어야 한다. 담임들은 수능 시험장을 준비하느라 바쁠 수밖에 없다. 대개의 학생들은 '교실 청소를 깨끗이'라는 말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울 옆에 묻어 있는 립밤 자국도 모두 지워야 한다. 책상에 낙서는 허락되지 않고, 오래된 책상과 의자는 키를 맞춘다. 모든 게시물은 떼어 내고, 어떤 것이든 '반사'될 만한 것은 흰 종이로 싼다. 그리고 갖가지 부착물. 수능 당일의 방송 테스트를 위한 시험방송이 계속 흘러나오며 마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전주처럼 은근히 불안을 끓인다. 하지만, 올 해는 좀 다르다. 우선 수능 일주일 ..

학교 관련 2020.12.02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나'다운 교사 되기

나는 집에서는 아빠와 남편으로 역할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이자 동료의 역할을 수행한다. 각 역할에 따라 내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아빠로서의 나는 우리 집에서 '농담', '웃긴 짓', '체력', '방귀'를 담당하고 있다. 남편으로서의 나는 아내의 고민과 이야기 들어주기라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내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깨어 있는 시간 8시간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반 정도는 학교에서 보낸다. 나는 교사로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하루에 답을 구하기는 너무 먼 질문이지만, 지금 나와 만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꾸면 하루하루 실천으로 답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교실과 학생을 완전히 통제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일단 무..

학교 관련 2020.12.01

애플워치를 팔아버렸다

잘 쓰던 애플워치3를 팔았다. 2년 전 일본에 여행 갔다가 '환율'이 좋다며 구입했다. 물론 환율이 좋지 않았어도 샀을 것이다. 쇼핑은 여행의 일부니까. 그렇게 잘 사용해왔다. 배터리를 하루에 한 번 충전해야 하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어차피 휴대폰도 하루에 한 번 충전하니까. 왜 팔았나? 애플워치 새 제품이 나왔다. 새로운 세대의 애플워치가 나오면서 이제 이 녀석의 중고가도 더 떨어질 것이다.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계속 이 제품을 쓸 것인가. 팔았다. 오늘 당근 마켓에 올리고, 오늘 거래 성사. 중고나라의 시세는 보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이 녀석을 팔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보탤까 생각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가 언제 끝날까? 아마도 애플이 애플워치를 그만 만들 때야 끝나지..

일상사/Stuff 2020.11.30

커피와 아들의 거짓말

주말에 일찍 일어날 일이 뭐 있나. 그런데 6시 30분에 일어났다. 화장실에나 갔다가 물이나 한 잔 마시고 다시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커피 마시며 빵 먹자."는 아내 말에 물을 데운다. 노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일출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노을을 즐기는 사람보다 일출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노을은 어영부영 하다 보니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일출은 그렇지 않으니까. 작정하고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출은 더 귀하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 엉겁결에 여명을 선물 받는다. 토요일 아침은 보통 토스트와 커피, 우유로 해결한다. 아이들도 대강 챙겨 먹인다. 요즘에는 배달 음식도 한번씩 먹는다. 편한 게 최고.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짧은 시간도 선물 같다. 오늘은 또..

초3과 라디오 속 팝송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을 9시 전에 재운다. 이제 아들이 잘 때까지 옆을 지키는 것은 아니니, 정말 '재우'는 건 딸뿐이다. 딸은 9시가 되기 전에 보통 잠이 든다. 아들은 태권도 마치고 와서, 못한 과제를 다 하고 잠이 드는데, 요즘에는 대개 9시를 넘긴다. 잘 먹고 잠을 충분히 자야 클 테니 나는 아들을 자주 채근한다. 오늘(2020.09.25. 금)은 그래도 좀 이른 편이다. 잠자기 전 이불을 정리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양치질을 하고 아들은 침대로 간다. "아빠, 책 좀 읽어주면 안 돼?" 어제 아들이 잘 준비를 마치고 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어줬다. "응, 알겠어. 어서 가서 누워." 아들 방에는 책상 스탠드가 켜져 있고, 나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딱 한 장이 남은 줄 알았는데, ..

글쓰기는 생각의 과정이라고?

글쓰기는 생각의 도구이며 과정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쓰게 되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한 100일 정도 매일 글을 써보고자 한다. 하루에 한 가지 정도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의 '끝'에 이르지 못하면, 글로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그러하다. '글쓰기는 생각의 과정이다.' 라는 생각을 붙잡고, 스스로 계속 질문을 이어간다. -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 마무리하지 못한 생각을 글로 쓰면,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글이 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가운데, 생각은 자리를 잡게 된다. 흙탕물을 앉혀두면 앙금이 가라앉듯, 날뛰는 생각을 쥐고 앉으면 무게 있는 생각들은 정리가 된다. 글이 끝나..

영어 문장에서 동사를 찾는 방법이 있나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다시(그렇다, 다시) 주어와 서술어 찾기를 하고 있다. 서술형 수행평가를 채점해 보니, 문장을 쓰거나 순서를 맞추는 데, 주어와 서술어부터 순서가 틀린 경우가 제법 많았다. 소리 내어 읽기 수행평가를 하는데, 동사를 찾고 끊어 읽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다시 주어와 서술어 찾기에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시기가 언제이든 간에, 문장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주어와 서술어 찾기를 시작한다. 배운 동사가 얼마 되지 않으면 주어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주어가 짧으면 동사와 구분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에게 질문해 봐도, 서술어가 어디부터 시작되는지 잘 찾지 못하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 그럼 동사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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