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 일은 없다. 세상에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딸의 눈을 쳐다보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랄까. 쳇, 그것도 나 대신 할 놈이 10년 후쯤에는 나타나려나... 아무튼 나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대학교 남자 동기들의 곗돈을 관리하고 있다. 역시나, 나에게도 무리가 되는 일이었다. 자동이체 하고 꾸준히 돈을 내는 친구, 몇 번 내고 안 내는 친구, 몇 번 내고 쉬다가 내는 친구. 이런 놈들 덕분에 계산이 아주 복잡해졌다. 그리고 중간에 두어번 만나서 회비라는 이름으로 돈을 또 썼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영웅이라면 이 정도 외모는 되어야?? 몇 안되는 동기인데, 그 중에 넷이 진주에서 만났다. 친구 가게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자리를 옮겨 ..

방학 첫 날 - 자전거 테스트

어제까지 일을 했으니, 오늘부터 방학이다. 역시 방학의 시작은 늦잠 지난 밤, 넷플릭스에서 '블러드 레드 스카이'를 보다가 무섭기도 하고, 일견 결말이 뻔할 것 같기도 해서 껐다. 네이버 쇼핑을 들여다 보며 새롭게 사야 할 것들을 비교해본다. 자전거를 새로 샀기 때문에, 필요한 게 많다. 일단 렉에 달아서 쓸 가방은 미리 주문해둬서 받았으나, 물통케이지도 없고, 전면 라이트도 없다. 물건의 종류는 너무 많고, 하나하나 고르려니 그것도 쉽지 않다. 일단 제일 중요한 전조등이 제일 중요하다. 집에 있던 스탬백을 달고, 탑튜브 백도 달았다. 스탬백은 이제 브롬톤에서 떼어 내어 오로라에 달아줘야 할 것 같고, 탑튜백은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급한대로 써야지. 나중에는 더 이쁘고 ..

일상사/자전거 2021.08.04

에어컨을 지키는 남편

연일 폭염소식이다. 밤 9시가 되어도 기온이 27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습도는 높아서 창문을 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마치 찜만두가 되어 집 안에 갇힌 것처럼 익어간다. 우리 집에서는 대개 4시 정도가 되면 에어컨을 켠다. 물론 그건 내가 집에 없을 때다. 아내는 더위를 잘 참고, 덩달아 아이들도 참는 편이다. 4시가 되면 방학을 맞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딸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났으니 이제 땀을 흘리면 안될 일. 그래서 에어컨을 켠다. 에어켠을 켜고 나는 선풍기를 적절하게 배치한다. 그리고 각 방으로 에어컨 바람이 가도록 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밤새 켤 수는 없다. 깨끗하게 청소한 에어컨이지만 왜 그럴까, 하루 종일 에어컨을 쐬고 나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

제이미스 오로라 엘리트 주문

나는 욕심은 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갖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월급쟁이에 용돈생활자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당연히 다 살 수 없다. 다 살 수 있다고 해도 다 사서는 안 된다. 사고 싶은 것들이 모두 필요한 것들은 아니고, 필요하지 않은 데 사는 것은 낭비요 과소비다. 우리 소비는 모두 지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더 소비하면 지구에 더 부담을 준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 물건 하나 사는 것부터 아이들 장난감 사주는 것까지 더 신중해진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떻든 내 기준은 그렇다. 올해 들어서는 매일 자출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얼마 후가 될 지 모르겠지만, 아들과의 자전거 여행, 이후에는 딸과의 자전거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동안은 아들보다 내가 더 힘이 있..

일상사/자전거 2021.08.02

오랜 친구와 최대공배수

오랜 친구와 최대공배수 친구와 추억을 이야기하는 건 우리 사이의 최대 공약수를 구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라는 약수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공약수가 된다. 우리는 각자 얼마나 큰 수이고 또 얼마나 많은 약수를 가지고 있을까. 도란히 앉아서 우리는 각자 하나씩 약수를 꺼내고, 공약수를 발견하면 다시 씹고 음미한다. 오랜 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한 집에 사는 가족이 아니고서는 만나러 가기가 겁나는 요즘. 그래도 친구를 만났다. 지난 번 봤을 때가 언제인지부터 가늠한 다음, 우리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요즘 하는 일은 어떤지, 아픈 데는 없는지, 부모님들은 잘 계신지, 아이들은 어떤지. 정작 ‘나에 대한 이야기’기 아니지만 모두 내 이야기다. 남편으로, 아빠..

쓰고 마무리 하기?

쓰고 마무리 하기? 오늘은 오랜만에 조방주님과 콩국수 회동을 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한 건 2년은 된 것 같다. 길손칼국수에서 올 여름 첫 콩국수를 먹고(나는 국수를 좋아하고, 콩국수는 더 좋아한다.) 소소책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알바, 학교, 글쓰기, 브롬톤, 여행, 일본, 소설가 등등. 얼마전 소소책방에서 주관해서 한 젊은 소설가를 강사로 모신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나는 그런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알았다 하더라도 아마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참석이 어려울 수는 있었겠다. 아무튼, 그 소설가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굉장한 속도로 쓰고 있다고. 마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는 것처럼,..

오늘, 진주, 하늘, 지브리

12시 30분쯤 보충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이다. 자전거용 고글로는 햇볕을 견뎌내기 어려울 만큼 밝고 맑은 하늘이다. 간신히 눈을 뜨고 사진으로 남기는데, 어디서 본 것처럼 매일 매일이 ‘지브리스튜디오’에서 그려내는 그림 같은 하늘이다. 길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다. 삐빅. 울리는 안전문자 알람 소리에 휴대폰을 열어보면, 폭염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이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삼가하고, 15분에 한번씩 물을 마시라는 내용이다. 가장 더운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나는 갈수록 몸이 녹을 것 같다. 그래도 한줌 바람과 큰 구름이 내려주는 그늘 덕분에 갈 만 하다. 비오는 날보다 더 사람들이 없다 자전거길에. 사진을 찍을 때는 눈을 다 못 뜨고 찍은 것 같은데, 휴대폰으로 다시 봐도 하늘이 쨍하..

초전동 기록, 한움큼 남은 나무 베기

산도 아닌 언덕. 그래도 거기에 나무가 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무를 베어 내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나? 도서관도 들어온다고 하고. 나무를 베어 내고 도서관을 올리고, 아파트를 올린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늘 높은 소나무가 서 있다. 대개 색이 좋지 않고 시들시들 해서 서로 기대어 있다. 그 모습을 보자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러고도 나는 아파트 살고 있는 사람. 집값은 오를 건가 보다. 자꾸 집을 지어 올리는 것을 보면. 돈 앞에 초연도 못 하고, 자연 앞에 겸손도 못한데, 잘린 언덕의 머리를 보니 마음이 좀 휑하다. 그냥 그런거지.

행운의 양과 백신 부작용

아내는 백신을 맞으러 가는 나에게 “겁 안나?” 하고 물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좀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민감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무디다. 아,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의 얼굴은 귀신같이 기억하는 편이지만, 내 보험상품이 뭘 보장하는 지 잘 모른다. 내가 타는 브롬톤이라는 자전거에 대해서는 제법 아는 편이지만, 다른 자전거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띄어쓰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코로나 상황에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무슨 백신을 맞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 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 신뢰하는 것이 제일 좋은 전략이다. 신뢰는 하되,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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