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백신을 맞으러 가는 나에게 “겁 안나?” 하고 물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좀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민감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무디다. 아,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의 얼굴은 귀신같이 기억하는 편이지만, 내 보험상품이 뭘 보장하는 지 잘 모른다. 내가 타는 브롬톤이라는 자전거에 대해서는 제법 아는 편이지만, 다른 자전거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띄어쓰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코로나 상황에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무슨 백신을 맞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 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 신뢰하는 것이 제일 좋은 전략이다. 신뢰는 하되,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장황하게 설명해야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이해시킬 수 있겠지만, 그건 다음에 하도록 하자.
아무튼 나는 약간 걱정을 하기 시작했지만, 백신을 맞는 데 겁이 나지는 않았다. 아내의 질문은 “혹시 백신 맞고 많이 아플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뜻 아닐까. 감히 부작용 같은 단어를 쓰면 부정탈까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백신을 맞으러 가면서 아내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부장용은 확률의 문제다. 그 확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어릴 때는 만화책을 읽고 히어로물의 드라마(플래시맨)를 보면서, 나도 어쩌면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난 게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내게 숨겨진 재능 같은 것은 없고, 지구를 구할 힘도 없다는 것을.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데 생각한다.
백신이 내 몸에 맞지 않아 크게 앓게 되는 게 확률의 문제이니, 그저 그 확률을 빗겨 갔으면 하고 바랄 수 밖에 없다. 이건 마치 뽑기와 같지 않은가. 원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게 운이라면, 원치 않은 사고에 말려드는 것도 운이다. 물론 불운. 기회를 갖는 게 어려운 일인만큼, 사고에 말려드는 것도 어렵다. (여기서 어렵다는 말은 확률이 낮다는 말이다.) 나는 무엇에 당첨된 일이 별로 없다. 굿모닝팝스에 퀴즈 정답을 보내서 전자사전을 받은 게 거의 유일한 것 같다. 당췌 뭔가 뽑기에 걸리거나 성공하는 경우가 없으니, 나는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부작용’이라는 이벤트가 나를 찾아올 확률도 낮지 않을까.
높이 오르면, 오랜 내리막을 맞이한다. 운이 크다면, 불운도 그만큼 크지 않을까? 나는 큰 운을 얻은 적도 없으니, 이렇게 확신해 보자. 불운도 나를 피해갈 거야.
그러면서도 오늘 하루는 제법 내 몸을 애지중지 했다. 에어컨은 빨리 켰고, 집안 일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이제 일찍 잠자리에 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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