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128

오랜만에 글쓰기 책 : 마흔의 글쓰기 (명로진)

나이가 들어간 책 제목은 선택하지 않는다. 이 책은 순전히 저자 때문에 고른 책이다. 명로진 EBS 라디오 진행자이면서, 여행가이면서,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 이 책은 7년 전인데 그 당시 37권의 책을 썼다고 했다. 마치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디서 살고 있는 사람 같지만, 그런 생각은 빨리 접자. 내가 원하는 삶은 나만 살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삶이란 흘끗 보고 평하기는 좋지만, 나의 것이 아니다 아무튼 그이 목소리와 그가 영어를 말할 때의 톤 때문에 라디오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차에서 내릴 때까지 듣고는 했다. (일부러 찾아서 듣는 열성팬이 아닌 점은 갑자기 미안해지지만. 팬이란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점에서 나 같은 팬도 팬이다.라고 해두자.) 아들과 도서관에 가서 혼자 책..

20220102 연암도서관에서 빌린 책

빌린 책이 집에 들어오면, 원래 있던 책들 사이에 숨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들은 ‘손홍민’, ‘해리포터’로 검색해서 책을 찾았나 보다. 다른 책들은 학교에서 준 필독도서 목록에 있는 책들. 아들이 혼자 책을 고르고 대출까지 할 수 있게 되니, 나도 혼자 책 구경이 가능하다. 도서관에서는 책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책은 사서 읽자라는 주의지만, 집이 좁아지고 있으며 나의 공간 따위는 없어서 책을 자꾸 들이기가 어렵다. 서가를 오가다가 명로진이름을 보고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최재천 박사님의 책도 한 권, 그리고 이해도 못하지만 시집도 한 권.

초등 아들과 뽀모도로 연습하기

삼일 전부터 아들과 같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책이다. 오른쪽의 영어 원서 제목이 더 좋고 표지도 좋은 것 같은데, 우리말로 직역한다고 해서 좋은 제목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번역해서 출팔하는 측에서도 고민은 많이 했을 듯. ‘배움에 대해 배우기’ 정도면 어땠을까 싶지만, ‘배움’은 ‘공부’보다 폭넓어서 출판사에서는 ‘공부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는 제목은 번역책이기는 하다. 뇌신경학자가 뇌과학을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생각하고 기억하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그 공부가 반드시 성적에 대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공부할 것인가? 에 대해 설명하는데, 글이 쉽고 초등고학년 정도에게도 어필할 만한 재미있는 비유와 삽화를 사용하고 있다...

고등학생과 함께 읽을 책 : Beyond the Fence

2차 고사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과 읽으려고 영어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학생들도 그걸 모두 재미있어 하지 않을 수도 있고(그럴 가능성이 많고) 해서, 다른 분의 도움을 청했다. 영어그램책에 대해 꾸준히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를 한 분 발견했고, 그 분은 흔쾌히 도와주셨다. 가족, 진로, 사랑, 우정 등 다양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다양한 그림책 추천을 부탁드렸고, 그 책을 모두 살 수는 없었지만, 주문이 가능한 것들은 주문을 해서 받았다. 그리고 학교에서 몇 권을 읽어봤다. 그 중 제일 좋은 작품은 Beyond the Fence. 마이크란 아이와 Piggy라는 돼지가 등장하는데,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Piggy가 주인공이다. Piggy가 바라보는 저 멀리에는 ‘울타리’Fence가..

한 챕터 읽고 그만둔다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그렇다. 읽어보지 않고 산 책은 이렇게 위험하다. 이제 더 이상은 누군가의 원문에 대해 에세이처럼 풀어쓴 책은 내게 도움이 안 되는 곳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못 참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소피의 세계’의 어른판 정도 될까 싶지만, 그보다 못한 것 같다. 명상록을 언급한 부분만 읽고 읽기를 그만둔다. 나중에 누군가 다시 좋은 평가를 하는 걸 보게 된다면 다시 읽게 될 지도 모르고. 그냥 알라딘 중고장터에 내놓고 싶지만, 워낙 많이 팔린 책이라 제 값 받기도 힘들 것 같고.. 이 책에 대한 내 판단은 틀렸을까? 차라리 저자가 처음 언급한 철학이야기(윌 듀랜트)를 읽는 게 낫겠다. 이 책은 2002년에 사두고 (못 알아먹어서) 놔둔 책인데, 용케 잘 살아남았다. 과거의 나를 칭찬해.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원제는 Peter Schlemihls wundersame Geschichte 페터 슐레밀의 신기한 이야기이다. 페터 슐레밀이라는 작중 화자가 샤미소(저자가 아델 베르트 폰 샤미소)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로 알려져 있고, 이야기 속 가장 큰 사건은 역시나 그림자를 파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읽은 책은 열림원에서 ‘이삭 줍기 환상문학’이라는 기획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림자를 판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끊임없이 금을 퍼낼 수 있는 주머니도 그렇고, 한 걸음에 7마일을 달리는 장화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림자’가 ‘금화’를 통해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줄거리 어떤 어려움인지..

소설을 읽다 잠시 멈추었을 때

어렵게 얻은 듯한 주말밤 소설을 다 읽는 데는 5시간 쯤 걸릴까. 영화를 보는 데는 2시간 30분쯤 걸린다.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강력한 재미를 느끼려면 유튜브로 가거나, 넷플릭스를 떠돌아야 한다. 감상하는 대상의 시간이 길수록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나 가치가 더 깊고 풍부할까? 아마도 그렇다는게 내 생각이다. 영화는 보다 멈추면 멈춘다. 하지만, 소설은 읽다 멈춰도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나의 밖에서 발생하고, 소설은 내 안에서 상영된다. 무엇이 뛰어나며, 무엇이 더 좋은 지는 분명하다. 깨닫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고, 실천하는 데 또 한참이 걸린다는 점이 문제. 적어도 나에게는 진실.

내 침대 머리 책과 사연

우리 집에서 가장 정리를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아내다. 그래서 내가 마음대로 어질러 놓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내가 잘 건드리지 않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침대 머리 맡. 요즘에는 학교에서 늦는 경우가 많고, 잠은 10시나 10시 30분 안에는 자야 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고 있다. 학교에서는 책을 펴는 일이 거의 없고, 모두 수업을 위해서다. 골라두고 읽어야지 했던 책들이 쌓이는데, 책을 한 권 잡고 읽다가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많다. 좀 어려우면 다른 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나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한 권의 책을 끝내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내 침대 머리에 쌓여 있는 책 문학의 공간 감각의 박물학 인간의 피안 Eng..

잠들기 전에 읽는 책 | 식물에 기대어 울다

이승희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다. 마치 명상과도 같은데, 책 속의 글을 바라보는 내 눈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한다. 그리고 미간 사이의 긴장은 최소로 유지한다. 이 책은 시인이 쓴 산문이라 그런가 문장 하나하나가 운문 같아서, 시인은 잡아내어 “어이, 시인양반, 시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이요?” 묻고 싶어진다. 시인은 슬픔이 많고, 끝끝내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 나무와 꽃을 심었고, 비 오는 날에는 화분들도 꺼내놓고 감히 식물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잘 알아듣기 힘든 말이 있으나, 아는 듯 모르는 듯 모르는 듯 아는 듯, 그냥 읽어나갈 수 있어 좋다. 한숨 쉬는 시인에게서 나는 ‘아득바득’을 벗어나는 힘이랄까 의지를 배운다. 세상 초연하게 바라보면서도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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