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달 밝은 날 저녁 식사 후 퇴근 길

2학기에 복직해서 우리 부서에서 같이 일하게 된 선생님이 있는데, 환영회 한번도 하지 못 했다. 큰 이유는 내가 일하느라 전혀 여유를 가지지 못해서. 1학기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같은 부서 선생님끼리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여유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마감되지 않은 일 때문에 쉬지도, 일하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하나의 일이 마감되어도, 큰 틀에서 보면 마감이 안되기도 한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 스스로 확인 조차 할 수가 없다. 모른다는 사실은 겁날 게 없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면 불안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학교로 돌아가서 일을 할 생각이었다. 아침에 나오면서 아내에게 "저녁도 밖에..

기록할 틈이 없다는 문제

기록할 틈이 없다는 문제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년초에는 열심히 했었다. 매일 일어나는 업무상 기록도 열심히 했다. 지금은... 기록할 틈을 갖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기록하는 일을 뒤로 미루게 된다고 할까. 기록하는 일이 업무에 도움이 되고, 업무가 끝이 기록이 되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좋은 방향이 아니다. 정신없이 보냈는데,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간인데, 한 해의 마지막에 내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 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심정으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시간을 내어 일을 하고, 정리하거나, 일만 하는 시간이 좀 줄어야 한다. 퇴근하는 길, 햇볕은 비출 것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하나 찍어둔다. 거의 늘 나에게 안정감과 고민의..

맨투맨티셔츠와 책

오랜만에 아침 뉴스를 틀었다.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언니가 입고 있던 맨투맨티셔츠. 그걸 입혀준 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트위터. 그걸 보며 눈물이 나서 먹고 있던 오트밀을 삼키지 못할 뻔 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학교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당장 이 사태에 대해서 뭐라도 이야기 해야 하는 개 아닌가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고,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보낸다. 늦게까지 일하고 오니, 딸의 아랫 입술이 부어 있다. 어지밤 책장애 붙어서 자다가 부딪혔다. 새벽에 한참 울다 다시 잠들었는데, 나는 새벽에 출근하며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 날 반겨준 딸과 잠시 알콩달콩 하다가, 딸에게 책을 읽어준다. 빨리 재워야 하지만, 그래도 놀고 싶다. 한 권을 다 읽고 났는데, “와, 아빠는 어떻게..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 체험

지난해에는 책 읽고, 체험 활동하러 자주 왔었다. 자주 왔는데도, 편도 한 시간 반은 우리 가족에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올해에는 좀 뜸했다. 그래도 숙소예약이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바뀌면서 곧 당첨되지 않겠나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당첨되어 오늘 오게 되었다. 입실 11시, 퇴실 11시. 우리는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방은 여기와서 뽑기로 배정받는데, 우리는 8번. 다락방 공간이 되기를 고대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책도 보고 갖가지 체험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체험은 ‘슈링클’이다. 오븐만 있으면 가능하니, 이런 활동은 고등학생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나는 일, 일, 일. 조용히 일할 수 있어서 진도가 제법 나갔다. 물론 내..

아들 때문에 외출

뭔가 눈에 들어가서 아프다는 아들의 전화. 덕분에 어제는 급히 외출을 쓰고 나와야 했다. 아들과 병원에 간 김에 점심까지 먹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칼제비. 그리고 후식으로 플랫화이트와 에이드 한 잔. 은안제는 두번째인데, 노키즈존으로 운영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14세 이하 아이들은 받지 않는다고. 어렵게 한 결정이라지만, 어쨌든 나는 환영할 수 없는 선택.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플랫 화이트는 맛있었다. 아들 병원 때문에 외출한 것이지만, 맛있는 걸 먹고 아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나니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충전이란 필요하구나. 나는 제법 찌들어 있었구나. 점심 식사 후, 산보라도 해야 하나 보다. 한 가을 날의 기록.

엄마는 정수리만 하얗다

상을 치우려는 엄마 머리 정수리를 보니 하얗다, 눈밭 같다. 앉은 엄마를 보지 못해서, 뒤늦게야 발견했다. 염색도 않고, 오늘 내 전화를 받고 바로 장보러 다녀온 엄마 상에 회를 올리고, 미역줄거리 볶음, 더덕무침, 새로 담근 무김치, 들기름을 넣은 호박볶음, 고추가루를 넣은 콩나물무침. 더 먹으라고 하고, 나는 못 먹겠다고 했다. 아이들과 내려와 간신히 저녁만 먹고 두 손에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내 집 으로 돌아온 나 야속한 아들이다, 내가. 엄마가 보내준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다 엄마의 하옇게 쇤 정수리 그 머리만 생각난다.

지리산 천왕봉 준비

지리산은 중산리로만 세 네번 정도 오른 것 같다. 군 제대 후 고향친구들과 한 번, 학생들 인솔해서 한 번,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한 번.. 올해에는 내가 갑시다 해서 엉겁결에 내일 지리산으로 간다. 우리 아들을 포함해서 딱 차 한 대, 다섯명이다. 중산리로 올라가서 천왕봉만 찍고 내려오게 된다. 사람들이 한창 많을 때라서 걱정도 조금 된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가는 산행은 좀 재미가 없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적당해야 산행도 즐길만 하다. 사람이 붐벼도 지리산은 지리산이고, 천왕봉은 천왕봉이리라. 정상에 서서 보면, 잠시 하늘을 나는 새 같은 기분을 느끼며, 천하를 호령하는 위치에 선 듯한 착각을 잠시나마 할 수 있겠다. 내일 같이 나눠먹을 간식을 포장하면서, 들뜬 마음이 된다. 이게 소풍이다. 누..

초전에서 천수교까지 적당한 한바퀴

아직도 제이미스 오로라에 앉아 ‘스윗 스팟’을 찾기가 어렵다. 얼마전 핸들바를 낮추면서 시트 포지션까지 모두 바꾸는 바람에 그간의 세팅이 수포로 돌아갔다. 핸들바는 다시 높였고, 시트도 다시 맞춰가고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바빠게 보내고, 7시가 되어서야 자전거를 타러 나갈 수 있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30킬로니 적당한 거리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1시간 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초전 - 천수교 - 초전 코스다. 진주성 부근에서 길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오로지 자도라서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 타고 가면서 계속 안장을 손봤다. 자전거이 앉았는데, 바로 불편하다면 자전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 몸이 어떻게 느끼는 지는 내가 잘 알 수 있으니, 조금씩 손보다 보면 결국 가장 ..

일상사/자전거 2022.10.01

엄빠와 써보고 싶은 인생연표

진주문고에 갔다가 이걸 발견했다. 뒤적여 보다가 사오지는 않았지만 다시 들러 사야지 싶다. 내 머릿 속에는 ‘수행’되지 못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아빠와 엄마의 삶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나는 아빠를, 엄마를 오로지 아빠와 엄마로만 기억하고 있다. 결혼을 해서 우리를 낳고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아빠와 엄마의 삶이 내 삶 속에서 진행된다.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빠와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었으니, 시간은 흘렀으나 새로운 추억이나 기억이 늘지는 않았다. 아빠와 엄마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 왔는지 궁금하다. 정리해 가다보면, 새롭게 알게 되거나,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아빠와 엄마의 삶 속에서 나는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 하고 있을까. 줄어가지는 않는다는 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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