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17

엄마와 코로나

엄마와 앉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마주 앉았다. 지난 연말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추석 때에도 부산에 오지 않았다. 작년 코로나가 본격화되고 나서 부산에 온 적이 있던가 싶다. 정말, 거의 없다. 어영부영하다가 그냥 설 연휴가 될 것 같고, 그때에도 오지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은 부산에 왔다. 나 혼자서 차를 몰고 왔고, 필요한 걸 사려고 들렀던 롯데마트에서, 커피숍에서는 당연히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왔으니 좀 더 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도착해서 조금 이야기하다가 점심을 먹고 다시 진주로 돌아왔다. 만난 건 오랜만이지만, 전화통화도 화상통화가 가끔 하기는 했다. 그래도 화상통화가 '만나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 오늘 또 알게 된다. 밀린 이야기가 많아서 아무 것나..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매일의 사진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 매일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내가 쓴 글에는 내가 찍은 사진을 하나 넣으려고 한다. 글만으로 부족하니 사진으로라도 그 부족함을 좀 매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도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사진을 찍는 양이 다시 늘었다. 피곤해서 어제 좀 일찍 잠이 들었고, 오늘은 제법 일찍 일어났다. 아내는 이미 출근을 했다. 씻고 나왔는데도 7시가 되지 않았으니 오늘은 준비가 빨랐다. (매일 좀 이렇게 하자) 보통 아침 뉴스를 켜는 편인데, 오늘은 라디오를 켰다. 주파수는 클래식 FM에 맞춰져 있다. 어제 아들은 온라인 수업'만' 듣고 과제도 하지 않고 유튜브를 보았고 나에게 걸렸다. 나는 할 일도 다 하지 않고 놀아버린 아들을 혼냈고, 티브이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뉴스를..

초3과 라디오 속 팝송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을 9시 전에 재운다. 이제 아들이 잘 때까지 옆을 지키는 것은 아니니, 정말 '재우'는 건 딸뿐이다. 딸은 9시가 되기 전에 보통 잠이 든다. 아들은 태권도 마치고 와서, 못한 과제를 다 하고 잠이 드는데, 요즘에는 대개 9시를 넘긴다. 잘 먹고 잠을 충분히 자야 클 테니 나는 아들을 자주 채근한다. 오늘(2020.09.25. 금)은 그래도 좀 이른 편이다. 잠자기 전 이불을 정리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양치질을 하고 아들은 침대로 간다. "아빠, 책 좀 읽어주면 안 돼?" 어제 아들이 잘 준비를 마치고 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어줬다. "응, 알겠어. 어서 가서 누워." 아들 방에는 책상 스탠드가 켜져 있고, 나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딱 한 장이 남은 줄 알았는데, ..

6살 딸에게 읽어주는 노인과 바다

딸에게 노인과 바다를 읽어 주고 있다. 딸을 재우면서 늘 옆에서 나는 책을 읽는다. 딸은 잠을 자고 싶지 않아서 내곁으로 고개를 밀고 내가 뭘 하나 본다. 나는 거듭 누우라고 눈을 감으라고 한다. 그러다가 가끔 내가 읽고 있던 영어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엊그제부터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있는데, 내가 딸에게 책 읽어줄까 했다. 그랬더니 좋다고 해서 책을 골랐다. 6살 딸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그래도 좀 나오는 책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너무 유명한 책, 너무 재미있다는 영화에는 손이 가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 베스트셀러를 그 베스트셀러가 한창일 때 읽어본 적이 없다. 노인과 바다는 내게 '..

'아빠만의 육아'라니요?

딸은 어제 머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제처럼 묶어달라고 한다. 머리를 묶을 시간을 얻으려면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서둘러야 하는데, 딸은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고개를 약간 들고 가만히 있어 봐."라며 30번은 말한 것 같다. 말하면서도 '그래, 가만히 있는 게 쉬운 턱이 없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이 초보 미용사는 머리를 묶기가 너무 힘들다. 괜히 어제 열심히 묶었나 어제의 나를 마음속으로 혼내고 있는데, 머리 고무줄은 자꾸 터진다. 유치원에서 하고 온 것들을 모아둔 통에서 꺼내어 묶다 보니 이미 꼬일 만큼 꼬여서 내 손에서는 터지기만 한다. 고무줄이 끊어지는 만큼 내 의지도 끊어....... 간신히 머리를 다 묶고 달래어 유치원으로. 중앙 통로에서 딸은 푹신하고 하얀 눈..

20190305 화요일, 딸의 등원

20190305 화요일 딸과 등원길 대화 딸 : 아빠는 왜 먼지마스크 안 해? 나 : 응, 할거야. -엘리베이터 나 : 아, 오늘 오빠 물통을 안 챙겨줬네. 딸 : 어, 엄마가 없어서? 나 : 아빠가 깜빡했다. 그래도 학교에 물 마시는 곳이 있으니 오빠가 알아서 하겠지. 딸 : 왜? 나 : 오빠 학교에도 물마시는 곳이 있데. 딸 : 왜? 나 : 응 , 목이 마르면, '목말라, 목말라, 목말라.'이런 생각만 계속 들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물을 마실 곳을 만들어줘야지. 딸 : 응. 나 : 유치원에도 물 마시는 거 있는 데 봤어? 어제 있던데. 우리딸 그런 물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딸 : 응. 나 : 오늘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이, 물 마시는 방법, 화장실 가는 방법 가르쳐 주실거야? 딸 :..

좋은 아빠 되기

좋은 아빠가 되기. 학생들의 동아리 발표대회가 있었다. 그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해온 것들을 전시하고, 보여주고, 또 자신들의 동아리를 알릴 기회로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동아리 중 하나인, Lectino에 들렀더니 ‘가치경매’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들 - 돈, 건강, 가족, 사랑, 자유 등- 을 제시하고, 10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돈을 주어진 덕목들에 투자하라는 것. 아주 훌륭하게 분류된 덕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가족과 사랑이 왜 별개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어디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할까 봐 잠깐 생각해봤다. 잠깐 생각해도 망설일 것 없니, 가족, 사랑, 건강. 그중 하나를 고른다고 해도 가족. 내가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