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다. 얼마나 빠르게 잊히느냐는 상관없다. 유치원 선생님도, 초등학교 선생님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도 결국 잊힌다. 교사는 잊혀야 하는 존재라고 어떤 교육자가 이야기했다. 강아지 똥풀 속 강아지똥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꽃을 피운다.
어떻게든 좋은 교사가 되겠다와 나쁜 선생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두 축을 오간다.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당장 나의 역할이 어마어마 한 것 같지만, 결국 학생들은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 어른,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분을 얻고, 소화시키고, 성장한다. 성장이 빠른 학생도 있고, 늦디 늦은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은 지금의 내 부담을 줄여주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담임을 했던 학생들을 만나면, 내 눈은 애틋해지고, 내 손은 아이를 불러 세운다. 1학년 때보다 좀 어때? 나아지길 바라고, 아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가 우주의 차원에서 보자면 티끌보다 작다는 걸 잊는다. 마치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내 질량이 커지는 것처럼 우스운 똥별이 된다. 그렇지 않다. 작은 일을 하고 있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않고 너무 힘주지 않고 하면 된다. 힘 빠지지 않고, 스스로 힘 빼지 않고, 다른 사람 탓은 하지 않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면 된다.
어제는 변치않는 자연에 대해 썼는데, 오늘은 너무 작은 나에 대해 쓴다. 나의 위치를 어디서 조망하느냐에 따라서, 내 하루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작고 작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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