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들의 노력과 영향(?) 덕분에 학생들의 생기부는 제법 간소화되고 있다. 오로지 대학입학이라는 관점에서만 생활기록부가 관리되고 평가되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학교 교육과정에 직접 관련된 내용만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학교에서 수상한 상은 생기부에 입력하기는 하지만, 대입자료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학교에는 누구라도 받아갈 수 있는 상이 있다. 개근상이다. 오늘은 이 상을 없애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코로나 시대에 아프면 쉬세요라지만, 여전히 학교에는 개근상이 있다. 아파서 시면 병결석이다. 시험일이 아니라면, 아프면 학교에 오지 않을 수 있다. 하루 정도는 부모님 전화 통화만으로도 가능하고, 며칠 이어진다면 진료를 봤다는 자료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아파서 학교에 오지 않으면 개근상은 받을 수 없다.
이제는 감기증상이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으려고 해도, 그 전에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바로 출석정지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다시 출석할 수 있다.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면 인정결석이다. (감염병으로 인한 검사의 경우에 결석을 하더라도, 출석에 준하도록 대접해준다.) 하지만, 개근상은 받을 수 없다.
개근상이 뭐 대수겠나 하지만, 대수다. 학교에서의 상이란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일종의 보상이다. 옳고 바른 행동, 뛰어난 성취에 대해 상을 준다. 개근상은 누구에게 주는 상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나온 학생에게 주는 상이다. 그래서 더 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나도 어릴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선생님들은 가끔 죽어도 학교와서 죽어라 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죽으라는 말은 아니었지만, 오로지 학생이 있어야 할 곳은 학교라고 말했다. 아파서 조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에는? 아프면 조퇴한다. 하지만, 조퇴가 결과, 지각이 있으면 개근상을 받지 못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개근상을 준다는 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오는 게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아프면 쉴 수 있는 있는데, 쉬지 않아야 상을 받는다. 요즘에는 개근상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사람도 많다. 왜 그럴까. 학교에 갈 상황이 아니라면 학교에 가지 않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근상이 보상하려는 게 무엇일까? 천재지변도 감염병도 피해가는 운좋은 사람?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견디는 사람? 그게 불가능한 시대에 개근상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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