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4

번역의 문제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Stand Out of Our Light 집에 오래 꽂혀 있던 책을 꺼낸다. Atention economy 에 대한 기술윤리학자의 책이다. (맙소사, 기술윤리학이라니) 일단 읽기 시작하는데, 번역한 글이라는 사실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알 수 있었다. 내 관심은 어느 덧, 이 책의 번역을 신뢰할 수 있는가로 옮겨갔다. (문장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되도록 원서의 의미를 살리려고 했어야 한다.) 아마존에서 샘플을 내려받아 비교해 본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냉면을 시키고는 절대 가위로 면을 자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번역가라면, 필요한 경우 문장을 잘랐을 것이다. 우리말에서 사용하는 형용사나 부사는 그대로..

칠판 위의 가을

갑작스럽게 나만 보게 되는 아름다움이 세상이 있다. 며칠 전 아침, 일어나서 몸을 풀고 고개를 드는 데, 가을 칠판에 맺혔다. 해의 기울기, 해의 색온도. 가을 아침에 볼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곧 죽겠지 생각했는데, 물만 줘도 자란다. 떡잎이었던 녀석은 볼품이 없지만, 새로 자란 잎은 거대하고 압도적이다. 가을의 그림자를 만들어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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