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추억을 많이 가진 사람일까. 아마도 많이 기억하는 사람이겠지.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 되지만 반드시 기억이 정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충분할만큼 많기만 해도 좋다. 사람들의 이름, 찾아갔던 장소, 먹었던 음식의 가격. 무엇이라도 그 조각을 많이 가진 사람은 일단 ‘고증’을 위한 ‘사료’가 충분하다. 대학생 때 사진에 취미를 가져 제법 사진을 찍었다.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으므로 주변 사람들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은 인화해서 뒀으므로 핸드폰이 바뀌어도 컴퓨터가 바뀌어도 살아 남았다. 부모님이 이사를 가실거라 집에 있는 ‘쓸모없어진’ 서진더미를 정리해야 했고 내가 가진 더미가 제일 많았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하나씩 꺼내보며 정리해야 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버리는 게 나을 사진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