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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독후감 | 나는 고양이쌤입니다. 김화수. 호밀밭

2019.01.30. 발행

#서평 나는 고양이쌤입니다. 김화수.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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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쌤’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2년 전에 학생들과 동네서점을 찾아가보고 학생들이 책에 가까워 지도록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동네서점에 대해 조사할 때 블로그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도, 학생들과도 찾아가지는 못 했다. 책방이라는 게 나에게는 재미있는 일이지만, 책을 사면 사는 것만큼 다 읽지도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내의 눈치를 보며 같이 가줍사 부탁한 다음, 우리 아이들과 같이 갈 때에나 가능하다. 그래도 진주문고는 자주 찾는 편이고, 통영에 있는 삐삐책방에도 가끔 가려고 한다. 새롭게 단장했다는 순천의 책방 숨에도 가고 싶다고 일단 생각만 하고 있다.


아무튼 고양이쌤의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화수 선생님은 그 책을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몇 권 보내주고 싶다고 하셨고, 일면식도 없지만, 나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니까 나도 책을 받아볼 수 있겠거니 싶어서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책을 받았고, #먼북소리 멤버분들에게 좀 나눠드리고, 그 전에 책을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독서모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김화수 선생님이 겪은 일들이 많이 이해가 되었다. 김화수 선생님처럼 다양한 독서모임을 오랫동안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장은수 선생님의 같이 읽고 함께 살기 책을 통해서도 독서모임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김화수 선생님의 경험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독서모임도 사람간의 일이라 뜻이 맞지 않거나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결국 모임 자체의 위기가 생길 수도 있고, 모임을 이끄는 사람을 진빠지게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독서모임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예습자료 같은 책이 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이다. 독서모임 운영자, 독서지도사, 책방지기로의 삶. 양으로 따지면 독서모임 운영자 부분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책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왜 책 모임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위안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 지 잘 드러난다. 아는 사람과 책 모임을 해도 좋겠지만, 책 모임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나는 책 모임을 하면서 정말 큰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같은 책을 읽든 그렇지 않든 책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면, 속시끄럽기만 하고 남는 게 없는 잡담보다는 훨씬 좋다. 책읽는 모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책과 관련된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서 한번 따라해보기도 좋다. 손바닥 소설 쓰기 모임 같은 것은 소소책방 조경국 선생님의 모임을 보고 참고하여 시작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일을 진행하는 데는 아이디어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런 기획을 실천해내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책방 여행, 책 파티, 강연회, 낭독회, 필사 모임 등을 진행한 과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옆에서 이야기 듣는 기분으로 배울 수 있다.


독서 모임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면, ‘독서지도사 고양이쌤‘ 섹션으로 넘어가면서는 내 아이와 책을 읽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읽었다. 독서지도에 있어서 부모들이 저지르는 실수나, 유행하고 있는 독서지도 프로그램들의 한계에 대해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모두 이 섹션에서 그었다.


  • 밑줄
    •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를 드러내게 하려면 일단 믿음을 주어야 한다.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과, 혼내지 않는다는 믿음, 또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 독서 수업은 혼자보다 함께 하는 게 좋다. 다른 아이들 생각이나 선생님 생각도 내가 듣고 받아들인다면 내 생각이 되는 것이다. 혼자서 글감을 다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1시간을 줘도 글 한 편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대화 속에서 함께 글감을 찾는다면 30분 안에도 글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다.
    •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싶다면, 글쓰기를 시키고 싶다면 일단 그게 쉬운 일이라고 폄하하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

마지막 섹션 고양이쌤은 가족을 소개하는 조곤조곤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저 사랑하는 대상을 애지중지 묘사하는 것으로 이 섹션을 마감되는 데, 이렇게 내 집안의 고양이나 밖의 고양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요즘 ‘나도 사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한 책은 필수다. 책 모임에 대한 책은 더 좋다. 책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부추김 받을 수도 있고, 책 모임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느쪽이든 좋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