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개학 전야. 3월 3일이 대체공휴일이라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4학년이 되는 딸과 학교에서 쓸 일기장을 사러 문구점에 다녀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려했는데, 나가자마자 비를 만났다. 어쩜 비는 괜찮았을 수도 있다. 바람이 심해서 차로 바꿔 타고 갔다. 습도가 추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나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난 아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정신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오후에는 아들과 목욕탕에도 갔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붐빈다'는 느낌은 진주같은 소도시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감각'이 되어 버렸다. 소란스럽게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이 목욕탕에 이제 없다. 온탕, 냉탕, 사우나, 냉탕, 온탕을 여러 번 돌면서 아들과 이야기, 아니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나부터 씻고 나서 아들 떼를 밀어주는 데, 지우개 가루 같은 떼가 툭툭 떨어지는 데, 아들 잡아 들고 반가워하고 신기해했다. 감히 떼수건을 들이댈 정도로 큰 건 최근이다. 아주 부드러운 스펀지로 아기용 바디워시로만 씻겨주던 아들이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아들을 '존중'할 수 있는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고민한다.
개학을 앞두면 특히나 책이 당긴다. 부족하고 부족해서 채워야 하는데, 벼락치기처럼 개학이 임박해서야 부족한 지식과 감성과 논리와 지력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효과는 있다. 개학전 만난 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시작했다가 '소스코드'로 끝냈다. 빌 게이츠가 부모에게 버릇없이 굴었던 때를 떠올리며 스스로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들도 나중에는 좀 민망해하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들을 위해서 성당에도 가고 싶고, 둘이서 교환일기라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감사히 개학 전야를 보내고 내일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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