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대장내시경할 때는 물약이냐 알약이냐

타츠루 2025. 1. 28. 10:35

친구들이 대장내시경을 하고 용종을 떼어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살짝 겁이 났다. 대장내시경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일단 내 대장 안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미지의 영역이란 우리를 두렵게 한다. 어릴 적 불 꺼진 방, 가로등 없는 골목, 심지어 눈을 감을 때도 겁을 먹지 않았는가. 나는 이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미지'(알지 못함, 혹은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걱정이 생겼는데, 내시경을 했을 때 '용종'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올해는 홀수년 생인 나와 아내가 건강검진 대상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아내는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작년 12월 우리 두 사람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다시 한번 아내에게 고맙다. 그리고 대장내시경을 추가하고 아내는 여성을 위한 검사를 더 추가했다. 건강검진과 대장내시경 그리고 위내시경은 아주 빠르게 끝났다. 8시 쯤에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11시 30분이 되기 전에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나왔다. 

대장검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더 힘들었다. 3일 전부터 두부, 계란만 먹고 이틀 전부터는 흰죽만 먹었다. 그 시간은 힘들었지만.... 견딜만했다.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청소를 해야 하겠지. 그러니까 약물과 물로 장 속에 든 걸 모두 밀어내야 한다. 검사 전 약을 받으러 가니 알약, 물에 타먹는 약 둘 중 고를 수 있었다. 알약은 1만 원이 비쌌고 물을 덜 마셔도 되었다. 설명은 그뿐이었다. 아내와 나는 무난한 '물약'을 선택했다. 

물에 저 쿨프렙산을 타면 맛이 희안해진다.


하루 전날 비장한 각오로 아내가 저녁 7시에 먼저 약을 먹었다. 어쩌고 있나 가서 보니 표정이 가히 좋지 않다. 당장 구역질을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흠. 덕분에 나는 전략을 세웠다. '맛보지 않고 마시기'. 그래도 맛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맛은... 밍밍한 포카리스웨트를 테두리에 소금을 뿌린(그 테킬라를 마실 때처럼 말이다. 혹은 쏠티 라테.. 같은 메뉴) 컵에 마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컵에는 식용유를 담았던 적이 있다. 

크게 숨을 쉬고 500ml 약+물을 두 차례 먹고, 500ml 물을 두 차례 먹고 잠들었다. 물론 화장실에 여러번 오가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500ml 약+물을 두 차례 먹고, 500ml 물을 한 번 먹었다. 흠. 다음에는 알약을 선택할까 싶지만, 물약이 장을 깨끗이 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흠. 올해처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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