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아직도 낮에는 반팔티셔츠를 입고 있지만, 가을입니다.
산으로 가면 붉은 잎들을 볼 수 있고, 이미 떨어진 나뭇잎들을 사각사각 소리를 냅니다.
오늘은 특히나 하늘도, 구름도, 햇볕도 좋아서 신이 났습니다. 퇴근하는 길에는 (아침 자출 복장인)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지 않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채로 퇴근했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좋은 그림이라 자전거를 타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좋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Well Designed Life 라는 책입니다.
‘디자인 씽킹’ 관점에서 어떻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쓴 책입니다. 제법 인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국어로 번역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읽고 있습니다.
40% 정도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내용은 “우리는 주로 감정에 기대어 판단을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 동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동기의 정의는 모호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동기는 일종의 감정에 가깝다. 우리의 감정이 우리가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면, 어떻게 어디에 감정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정은 일종의 에너지와 같아서 하루 종일 마음껏 쓸 수가 없다. 그러니 감정을 소모하는 일을 줄이는 게 좋고, 다시 말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은 결정하는 데 너무 애(감정) 쓰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크게 감정 소모를 하고 나면, 우리가 가끔 될 대로 돼라 같은 기분에 빠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입니다. 그리고 대략 우리가 절대 잃지 않는 삶의 원동력(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에 어떤 목표 행동을 연결시키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술을 끊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읽을 글과 자전거를 타고 보는 풍경과 함께, 그저 매일하기가 좋은 전략이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하나의 글을 쓰는 데에는 에너지가 드는데, 글을 쓰기도 전에 글을 써야 하는 데 에데에 대해서 생각하는 데 에너지가 듭니다. 그리고 글을 못 쓴 이유, 안 쓸 이유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하는 사이에 마음은 지쳐버립니다. 이미 하루 종일 이런저런 일을 하고 감정을 소모하느라, 우리는 쉽게 될 대로 되라지 상태가 됩니다.
매일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가방을 미리 싸 두고, 다음 날 입을 옷도 정리합니다. 자전거 타고 갈 때 입을 옷, 일터에 도착해서 갈아입을 옷.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은 미리 넣어두고, 밤에 돌아올 것 같으면 자전거 플래시를 미리 충전시켜 둡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간식 가방도 챙기고, 여분 마스크도 자전거 가방에 넣어 둡니다. 비옷 겸 바람막이 하나와 자전거 툴도 넣어둡니다. 이렇게 해야,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 안타고 차 타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기가 쉽습니다.
매일 글쓰기를 위해서 저는 키보드를 여러 개 사보기도 했고, 휴대폰으로 글을 쓰기도 했고, 노트북을 꺼내 들기도 했습니다. 글 하나에 사진 하나를 넣기 위해서 무료 이미지 사이트를 확인하기도 했고, 인상적인 장면이 있으면 제 휴대폰으로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틈만 나면 다짐합니다. 나는 매일 글을 쓴다. 그러고 나면, 잠자리에 들기 전, 어떻게든 아이패드를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이 어떻게 끝날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떻게 시작할 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글을 씁니다.
최고의 전략은 하나가 아닙니다. 내게 맞는 전략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단, 내게 늘 성취감을 줄 수 있도록 무엇이든 디자인해야 겠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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