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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비둘기와 보드게임

매일매일 거의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늘 같지는 않다. 유일함이란 고유함과 비슷하다. 이 순간은 스쳐 지나간다는 진리는 너무나 자명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에나 잠깐 나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헛되이 지나가는 시간은 얼마나 아까운다. ‘나’라는 사람의 생명의 일부를 쏟아내며 사는 이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의미있고 사랑이 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며 지낸 오늘 중 일부에 후회가 되고 반성을 한다.

시간은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지금 찰나가 마치 영원히 지속되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작은 배에 올라서 보니, 풍경이 자꾸 바뀔 때, 배가 움직이는 것일까 풍경이 바뀌는 것일까. 풍경이 바뀌는 데 집중하면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없다.


학교 위 비둘기


학교에 도착하면 늘 비슷한 시간에 이미 출근한 선생님과 인사하고 또 비슷한 시간에 이미 교실에 와 있는 학생에게 아는 체 한다. 한데 오늘 내 눈을 끈 게 또 있다. 파아란 하늘과 비둘기. 학교 텃밭 때문일까 학교에 새가 많다. 텃밭을 갈아엎고 다시 뭔가 심었다. 저 비둘기들은 입맛을 다지고 있는 것일까?

주말 동안 채운 에너지는 쉬이 방전된다. 학생들은 시험 덕분에, 혹은 때문에 지쳐가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 피로는 상당하다. 무엇이든 밀도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고, 나의 밀도높은 에너지는 학생들에게로 흘러들어갈 때도 있다. 어떤 반은 반응이 없고, 어떤 반은 활기차다. 반응이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반은 대화가 어렵다.

학급 자치 활동비로 13만원 가량이 책정되어 있었고, 학생들과 의논 끝에 보드게임을 사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내의 도움으로 거의 13만원의 가득 채워서 보드게임을 주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원하던, 장기, 체스, 루미큐브를 먼저 사고, 뱅, 달무티, 영리한 여우, 랫어탯캣까지 구입했다. 카드가 많아서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보호를 위한 봉투(?)도 같이 주문해서 샀다. 5교시에는 소풍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고, 얼른 보드게임을 열었다. 일단 카드를 모두 포장하라고 학생들에게 맡겼는데, 카드를 씌우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 모양이다.

작업 중인 예쁜 학생


나는 옆에서 일단 랫어탯캣을 몇 명에게 가르쳐주면서 같이 해봤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은 쉬는 시간에 하기 어렵다. 장기나 체스도 마찬가지고 루미큐브도 그렇다. 우리가 같이 의논해서 산 만큼, 모두 게임을 잘 즐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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