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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올해 같기만 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은 숲이다. 어제와 달리 하늘도 맑았고, 애들 아침 공부를 마치고 우리는 말티고개로 갔다. 아들은 뭐에 마음이 상했는지 집에 있겠다고 했다. 그냥 놔두고 나와 아내와 딸만 차를 타고 말티고개를 향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아들 혼자 있게 되고, 이렇게 우리 가족 모임에서 빠지게 되는 일이 늘어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유로든 가족 모임에 빠지고 혼자 있겠다니 많이 컸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저 나만 보며, "아빠랑 같이~"라고 소리치던 때가 오래되지 않았는데.

말티고개 아래 새로(라고 하지만 조성된 지 벌써 시간이 좀 되었다.) 잘 조성된 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리고 오르막을 오른다. 선학산전망대 쪽으로 가도 되지만, 진짜 조망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티고개에서 선학산전망대 코스는 거리가 너무 짧다. 그래서 반대쪽으로 걷는다. 재작년부터 이쪽에 나무도 심고 정리를 해서 아주 멋지게 바뀌어 가고 있다. 대봉정이라고 큰 정자도 새로 만들어서 걷다가 쉬기에도 좋다.

마스크를 썼지만, 숲에서 날아드는 향 때문에 코가 시원하다. 게다가 새소리는 어찌나 좋은지. 츄르르 츄르르 하는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진주 공원 평상

조금만 걸어도 저 사진처럼 쉴 수 있는 공간이 제법있다. 나는 속으로 "얼른 2인용 텐트를 주문해야 하는데." 생각했다. 그리고 두툼한 침낭이 있으면 저녁에 올라와서 하룻밤 자고 가도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혼자 오면 좀 겁이 나려나? 그래도 쉬는 공간이 모두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공간이라 겁이 날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튼 아들이랑 같이 오면 좋겠다 싶었다. 짐이 좀 많아도 이고 지고 오기에도 그렇게 무리는 안될 것 같았다. 가벼운 텐트와 제대로 된 침낭만 있다면 분명 견딜만할 것 같다.

아무튼 가방에 싸온 간식을 꺼내어 먹으며, 일요일에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만약 사람들이 있으면 자리라도 펴고 앉아야 하니, 주말에 다시 올 때는 텐트에 사용하는 방수포를 가지고 오면 되겠다. 페라코드와 타프도 가지고 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려면 배낭도 있어야 할 텐데. 이래저래 늘 뭘 살 궁리만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전망 좋은 곳에 있는 언덕에서 그네 의자도 타고 노는데, 저 멀리 하늘이 어둡다. 당장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고, 하늘은 찌그러지는 소리를 낸다.

"내려가자."

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오는데, 곧 우리가 있는 하늘도 잔뜩 흐려진다. 그리고 투둑 투둑. 소나기인 줄 알았다면, 어디든 지붕 아래로 가서 비를 피했을 텐데,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비를 맞으면서도 일단 차로 왔는데, 옷이 흠뻑 젖었다. 딸에게는 아내의 바람막이를 입히고, 내 모자를 씌워주기는 했는데, 아내도 나도 물에 빠진 꼴이 되었다. 차에 타서 얼른 집으로 가자 하는데, 비가 그친다. 시원하다 생각하고 비를 맞고 왔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우리에게 물을 끼얹고는 다시 맑아지는 하늘을 보니 좀 용이 났다.

그래도 추석의 마무리는 괜찮다. 딸과 앉아서 연휴 동안 무얼 해봤나 세어보니 참 여러 가지로 많이도 했다. 잘 쉬고 잘 논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