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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먼북소리 모임: '우정, 나의 종교'(슈테판 츠바이크)

타츠루 2024. 9. 22. 10:42

우정 나의 종교

여름을 보내려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 금요일 밤이었다. (2024.09.20.) 이제는 어떻게든 4명이 모이는 조합이 되어 버렸지만, 한 분의 표현대로 먼북소리 모임이 있어서 소중한 금요일이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몸도 마음도 바빴지만, 그래도 이번 책은 츠바이크의 아름다운 문장 덕분에 모임을 준비하기 어렵지 않았다.

일시: 2024.9.20. 19:00~
장소: 도시달팽이
참석자: 4명

소리내어 읽고 이야기 하기

책을 읽지 못하고 온 한 분, 다른 스케쥴 때문에 늦게 오는 한 분. 각자 맡은 부분을 읽어 오기로 했는데, 그렇게 진행하기 힘들어졌다. 한 분이 도착하기 전, 각자가 맡은 부분 중 한 단락을 소리내어 읽고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소리내어 읽으니 책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소리내어 읽히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잘 모르던 인물과, 전혀 모르던 인물

츠바이크는 평전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소설가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츠바으키가 따로 묶어서 출판했던 것은 아니고, 츠바이크의 글 중 여러 개를 엮어서 출판한 책이다. 모두 츠바이크 시대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다. 로맹 롤랑이나 톨스토이, 바이런, 슈바이처 처럼 이름이 그래도 낯익은 인물도 있지만, 말러부터 시작하는 지휘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츠바이크가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 그 인물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부족해서 아쉬운 것.

슈바이처

슈바이처는 아프리카로 달려가 희생적인 의료 행위를 했던 사람이라고 납작하게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는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르간 연주자였다. 제 3세계에 온갖 만행을 저지른 서양인들을 대신해서 혹은 대표해서 아프리카를 도울 방법을 찾았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의대에 진학하고 마흔이 넘어서야 자격을 얻게 된다. 연주회로 돈을 모으고 절대 정부에는 기대지 않았다. 그 돈으로 병원을 짓고, 모자르면 다시 연주를 했다.

톨스토이

톨스토이도 그저 소설가라 생각했건만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결국 가진 재산을 모두 버리고, 그 결과로 가족에게도 버림받는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재산의 소유 자체가 악행이고 정부는 이 악행을 간과하고 강화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정부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살아냈지만 외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폭력 저항은 여러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중 간디도 있지 않을까. 소설가보다는 사상가, 철학자로서의 톨스토이를 맛볼 수 있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그의 사상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한 분이 바보 이반의 이야기가 톨스토이가 살고자 했던 삶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읽어봐야지.

츠바이크의 문장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역자는 츠바이크가 쓴 독일어 문장을 옮기면서 그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번역체 문장이라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문장이 쓸데없이 길다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츠바이크의 문장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름답다.

츠바이크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 이 책 이후, 츠바이크 책을 몇 권이나 사뒀다.

덧. 모임 사진 찍는 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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