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장소, 인원
- 일시: 8. 16. 19:00
- 장소: 도시달팽이
- 인원: 4명(나, 정-원, 이-연, 정-희)
모임 전
내 이름은 빨강2까지 다 읽고 이 책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다. 별 할 얘기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은 1500년대 튀르기예 지역의 화원에서 일하는 세밀화가들의 이야기다. 나는 독서 모임을 준비하면서 처음 이 책을 들어봤지만, 작가의 이름 *오르한 파묵** 만큼은 이미 들어본 바 있다. *동서양의 문화적 충돌 이라는 소재를 독특한 소설의 화법으로 그려냈다고 이 책은 평가받는데, 나는 그런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이는 순전히 내가 다양한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을 평가할 만큼 소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엘레강스라는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적어도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하지만 상당부분 동양적이라고 생각하는 튀르키예 지역의 세밀화가들과 그들이 그린 그림에 대해 나온다. 화자가는 개, 말, 악마, 황새, 나비 등등 사람인 경우도 있고 그림 속 소재인 경우도 있다. 그런 형식이라도 결국 범인을 찾아가는 방식이라 추리소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사건과 힌트와 예상치 못한 범인이라면, 이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그 정도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임 중
왜 그가 범인인가? 어떻게 작가에게 속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게 주를 이루지는 않았다.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있었고, 그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이야기 속에 나왔던 질문들을 정리해 둬야 겠다.
- 왜 하산이 나와서 마지막에 범인을 죽이게 되는가? 굳이 하산이어야 할 극적 이유가 있을까?
- 서양의 방식으로 스타일을 가질 수 없는 게 이들의 전통이다. 그 전통은 유지될 수 있었을까?
- 왜 에니시테는 스스로 장님이 되는가?
- 그림의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한 경우에, 원근법 없는 그림은 신의 시각을 드러내는가?
- 범인을 찾아나선 세밀화가와 범인으로 드러난 세밀화가는 왜 극도로 친밀함을 느끼면서도, 서로 죽일 수 밖에 없는가?
- 아무도 죽지 않았다면, 그들이 만들던 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후에 그들의 화원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갔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그림, 술탄, 튀르키예 지역의 상황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서 소설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문을 해볼 수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이 [[2024-06-09 인류본사]] 라서 이 책이 너무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인류본사를 읽은 게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소설인데, 슬렁슬렁 읽을 수가 없었다. 두 달의 걸쳐서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모임 멤버들이 조금 힘이 들어했다. 꼭 책 때문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열대야나 폭염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의 칭찬을 받는 걸 보면서 내 지력, 내 앎, 지식의 한계를 체감한다. 얕디 얕아서 살얼음도 아니라 슬러쉬 정도 되는 내 지식을 잠깐 멀끔히 쳐다본다.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다는 점은 어쩌면 희망이다. 모르는 걸 발견하는 건, 그러니 알아가야 할 것, 알아가고 싶은 게 무언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몰라도 읽고, 알아도 이야기 한다.
다음 책
우정, 나의 종교 (스테판 츠바이크, 유유출판사)
아무래도 좀 힘듦 이 좀 얇은 책을 선택하게 했다. 몇 해 전 읽은 책이지만, 당시 읽을 때 츠바이크의 문장이 너무 좋았다. 저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라 츠바이크를 통해서 20세기 위인들을 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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