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출장이었다. 출장 때문에 수업을 바꿔서 하느라 월요일에는 23456 수업을 연이어 해서 죽을 맛이었지만, 금요일 혼자 가는 출장길은 놀러가는 느낌도 들었다.
일찍 창원에 도착하니 연수원 안 주차장에 차 세울 곳이 여유가 있다. 차를 세우고 연수등록부에 사인을 하고 자리를 잡아두고 다시 나왔다. 오전 내내 앉아 있어야 하고, 운전 하느라 또 앉아 있어야 할테니 좀 걷고 싶었다. 연수원과 연구정보원만 한 바퀴 돌려고 하다가 창원대로 난 길을 걸어 올라 갔다.

벚꽃은 이제 지고 있다. 그래도 멀리 보이는 메타세콰이어도 좋고, 떨어지고 있는 벚꽃도 좋다. 우리 아들은 여기서 처음 혼자 걸었다. 더 젊은 나와 아내가 있었고, 더 젊은 우리 엄마, 아빠도 함께였다. 아들과 숨바꼭질도 하고 편의점에 들러 과자도 사먹던 기억이 난다. 그런 생각을 다시 하면서 조용히 걷는다. 걸으러 나오길 참 잘했다.

나이가 들면 나라는 중심에서 좀 벗어나기 때문에 자연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그저 제 멋대로 열심히 자라고 있는 나무와 풀과 하늘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오리들은 늦잠을 자고 있어 사방이 조용하다.

3시간 가량의 연수가 끝나고 교감 선생님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정말 오랜만에 들러보는 의령소바 집이다. 창원에 살 때는 몇 번 와봤던 것 같은데.. 반지하 가게로 들어가니 60명은 될 것 같은 손님들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면은 부드럽게 넘어갔다. 국물까지 다 마시며 교감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해야 할 일을 받아 가는 자리라 마음이 가볍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복이다.

다시 운전을 하기 전에 창원대 근처 아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안 되었었는데. 라떼를 시켰는데, 거품이 저 모양이다. 맛은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생각하며 마시는 데, 우유가 너무 뜨거워서 고소함이 전혀 없다. 실패. 그래도 끝까지 마시기는 했다. 차라리 내가 만드는 커피가 맛있을 텐데. 맛 좋은 커피숍 이름 하나는 알아 왔었어야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림동 커피 골목으로 가면 맛없는 커피는 안 먹게 되었을까. 그 일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창원대로 갔는데, 실패다.
연수를 진행하는 장학사분들은 시행령과 지침과 규정에 대해 말하면서도, 결국 유연하게 적용하기를 요구한다. 나는 적절한 한계를 두어야 창의적인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적절한 한계란 우선 간단명료한 것이 좋다. 한계를 고시하는 글이 너무 복잡하고 길면,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후 일의 진행은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지침과 규정이라는 근거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요즘처럼 지침을 열심히 본 적이 처음인데, 지침과 나의 궁합은 그다지 안 맞는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내일은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일을 좀 해야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