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아프가니스탄, 파르바나, 면도, 격리 해제전 검사

타츠루 2021. 8. 18. 23:01

아프가니스탄, 파르바나, 면도, 격리 해제전 검사

여성을 때리려는 탈레반

뉴욕타임스를 구독해서 보고 있었으나, 생활이 바빠지면서 하루 하나의 기사도 읽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구독을 해지하려고 했다. 해지하러 들어가니 잠시 중단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그래도 해지하겠다고 하니, 할인해주겠다는 팝업이 뜬다. 솔깃해서 잠시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지를 눌렀다. 일단 한 달분은 결제가 되었고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수업 준비도 할 겸 뉴욕타임스 기사를 뒤적이는데, 허용된 공짜 기사는 다 봤다고 다시 가입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다. 응? ‘아니야, 읽게 될 리가 없어.’ 라고 생각하는 데, 가격이 괜찮다. 한 달에 2천 원 정도는 뉴욕타임스에 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결제. 유혹은 무섭구나.


뉴스를 잘 보지 않는데, 요즘에는 아프가니스탄 관련 기사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20년간의 전쟁은 무엇을 남겼을까. 미군이 철수하고 며칠 만에 카불까지 내어 준 것을 보면,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군의 부패가 심했거나, 자립의 의지가 약했거나, 탈레반의 기반이 대단히 견고하거나 그들의 전술이 뛰어난 거였겠지. 그런데 이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눈에 띄는 기사라도 일단 읽고는 있다. 적어도 할리우드에게는 아주 많은 영화 소재를 남기기는 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은 없었지만,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칸다하르라는 지역 이름은 참 많이도 들어봤다.


세상은 조금씩 진보하고 있고, 전 인류의 삶은 조금씩 좀 더 행복해지고 있지 않은가 하고 믿고 싶은 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가 내에서 양극화로 인한 피해나 차별은 심화되고, 전세계로 눈을 돌리면 그 현상은 극명하다. (세계 최대 의류 공장이 밀집한 방글라데시의 썩어가는 강에 대한 영상이 눈에 선하다.) 인류는 오랜 세월 인간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많은 지혜가 샇였으나, 그 지혜가 실생활에 반영되기는 어려운 것 같아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그저 나라도 일단 잘 살아보자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탈레반의 지배에 불만을 가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는데, 탈레반은 민간인을 상대로 발포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모두들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뉴스로 들은 그들의 이야기보다 당장 내 자가격리 상태가 더 견디기 힘든 것처럼 느껴져서 좀 비겁한 것 같다.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넷플릭스에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이라는 작품이 있다. 현재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전쟁 중 일상적인 일상이 어려운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여준다. 초반 20분 정도를 보는 데도 힘들었다. 애니메이션인데도 그랬다. 결국 다 보지 못하고 멈춰뒀는데, 언제 끝까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수염이 너무 많이 길었어.’ 라는 딸의 말에, 오늘은 전기이발기를 꺼내서 수염을 깎았다. 수염이 길어지면 면도기만으로는 면도가 잘 되지 않는다. 쉐이핑 크림을 잘 발라도 거의 뜯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번에는 능숙하게 전기이발기로 먼저 털을 짧게 밀었다. 그리고 면도기로 마무리.


면도를 하면서, 정말 수염을 기르고 싶은 때가 올까 싶었다. 나도 수염이 있으면 불편함을 느끼거나 어색함을 느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마스크 속에 들어간 수염은 어쩔 줄을 몰라 나를 괴롭혔다.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에 다시 한번 시도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당분간(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몇 년간)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계속되지 않을까. 차라리 이렇게 어둡게 전망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싶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갑자기 버스가 나타나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나. 전망은 어둡지만, 마음은 다부지게 먹는 게 낫겠다 싶다.


내일 아침에 검사를 받으러 가는데, 오랜만에 나가는 길이라 어색하다. 자전거를 타면 타고서 아주 멀리 가보고 싶을 것 같은 기분이다. 보건소까지가 너무 가깝다. 돌아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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