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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쓰레기도 코로나를 옮기나요?

코로나 쓰레기 봉투

영화 속 형사들은 쓰레기통을 뒤진다. 뉴스 속 검사들도 압수수색을 할 때, 쓰레기통까지 가지고 나오려나. 그건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지내는 방에는 쓰레기 봉투가 하나 있다. 위험물질 표시가 되어 있는 30리터 용량은 되어 보이는 쓰레기 봉투다. 나는 월요일에 저 봉투를 받았다.

내가 사용하고 버리는 것은 모두 저기 넣으라고 되어 있었다. 내가 만진 물건들에 코로나 바이러스균이 묻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 그게 내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당하고 있는 이유다. 나는 우리집 제일 안쪽 안방에서 지내며 화장실을 따로 쓰고, 아내가 가져다 주는 밥을 먹는다. 대개 마스크를 쓰고 있고, 아침 10시에 한번, 밤 8시에 한번 자가진단을 하고, 그게 내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된다.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봉지를 그 쓰레기 봉지에 버리는 데, 기분이 이상하다. 자가격리자 안전앱을 설치하면서, 내 위치 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자가진단에 따른 내 건강 정보 제공에까지 동의하면서도 감시받는 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집어 넣으면서 감시당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 위치는 알려줄 수 있다. 내 체온과 몸 상태는 알려줄 수 있다. 그런데 쓰레기 봉투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왜 그럴까. 위치나 체온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내가 만든 쓰레기 아닐까.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책으로, 영화로, 공간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버린 것은 그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물론 내 담당 공무원이 내 쓰레기 봉투를 뒤집고 거기에 무엇이 들었는 지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목적이 아니라, 그저 감염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서 나온 쓰레기는 별도로 처리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어쩌면 나는 노출될 수도 있는 내 개인정보 때문에 기분 나빠할 게 아니라, 짧은 시간 일행도 아닌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2주 자가격리를 처분 받아서 느끼는 억울함이 아닐까.

내가 자가격리를 받기 전에는 자가격리 상태에 대해 상세하게 상상해보지 않았다. 2주일 간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정주행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2주간의 시간은 도저히 넷플릭스만 보면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남을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생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참으로 갑갑할 시간이다.

이제 6일이 남았는데, 저 쓰레기 봉투는 다 채우게 되겠구나. 좀 덜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