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네가 먹은 밥으로 뭘 하느냐?

타츠루 2013. 7. 5. 11:40

[출처 : 위키피디아]



"Tell me what you do with the food you eat, and I'll tell you what you are. Some turn their food into fat and manure, some into work and good humor, and others, I' m told, into God. "

"자, 당신은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 지 말해보시오, 그럼 내가 당신이 무엇인지(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소. 어떤 사람은 먹은 음식을 지방이나 똥으로 만들고, 어떤 사람은 일이나 멋진 웃음으로 만들어 내오. 다른 사람들은 신을 만들어 낸답디다."


읽은 지 꽤 오래 되긴 했고, 읽고 나서도 별다른 감상평을 쓰지는 않았지만, 누구든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라고 권한다. 학생들을 자주 만나니 학생들에게도 꼭 읽으라고 권한다. 조르바를 읽으며 스스로 늘 조르바 같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지만, 아직도 실천은 멀었다. 얼마전부터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 그게 '먹는 밥으로 뭘 하느냐' 라는 투라는 건 알았지만, 오늘에서야 찾아보게 되었다. 궂이 오늘 그 구절을 찾게 된 건, 이 글을 읽은 때문이다. 




"그가 속한 회사는 2년 단위로 한수원과 계약을 해야 하고, 따라서 그는 회사가 재계약에 실패하면 실직을 걱정해야 하는, 사실상 비정규직이었다. 핵발전소 안에서 원자로 정비와 제염 작업 같은 피폭 노동은 한수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직원들의 몫이었다."

"그가 피의사실과 상관없는, 듣는 이에겐 인격적 모용으로 들릴 수도 있을 호통을 칠 수 있었던 자신감은 아마도 그가 공부를 잘해서 고시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부여해준 것이리라." 

"나는 지금껏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실감을 갖고 살았다. 그러나 돈이 인간의 영혼을 주장하지는 못하리라는 믿음 또한 갖고 있었다. 나는 학교를 그만둔 지난 2년 사이 공부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는 실감을 얻었다. 그리고 한국서는 는 공부가 인간의 영혼마저 주장하고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돈보다 더 힘이 세다."

나는 이 글을 출력하여, 교실 뒤에 게시하고 왔다. 우리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라 권하고, 전문직을 가질 수 있도록 더 공부하라고 한다. 첫번째 인용한 글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이고, 그 아래 인용한 글은 밀양 송전탑 싸움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50대 아주머니에게 "자식한테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말한 젊은 검사의 이야기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그나마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다. 게다가 우리학교의 교훈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우자!"이다. 거의 모든 학생들의 학습의욕이 높고, 그보다도 좋은 성적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높다. 이 아이들은 모두 '당연히 인서울' 할 뿐더러 유명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소위 말하는 기득권이 될 가능성도 높다. 난 우리 학생들이 어른이 될 때 쯤에는 지금보다 이 세상이 좀 나아졌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나은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아직도 다 자라지는 않았지만,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것을 빼앗거나, 학력이나 재산, 생김새로 남을 평가하거나, 내가 좀 더 빠르게 편하게 닿기 위해서 규칙을 어기거나 혹은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을 위해서 규칙을 바꾸는 횡포를 행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책상에 앉아 혹은 교실 뒤에 가서 공부만 한다. 가끔 책을 읽고, 자주 인터넷을 한다. 하지만, 밥을 먹고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무가치한 것이다. 우리는 칼국수 한 그릇의 가격으로 밀가루와 생모시조개와 멸치 다시물, 깍두기 무와 고추가루, 마늘 가격의 총합을 내지 않는다. 요리를 해준 사람의 정성과 맛(글이라면 플롯이 되겠고, 노래라면 그 감흥이 될 것이다.)에 돈을 지불한다. (충분히 지불하는 지는 논외로 하자.)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생 밀가루를 씹고, 생무를 씹는 것과 같다. 그러니 고통스럽고, 더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자신의 이해를 더하고, 그 지식들로 새로운 가치를 조리한다면, 그 과정은 가장 가치있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세상에 이바지 해야 한다. 적어도 나 자신의 행복, 타인의 고통이나 희생을 초래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창조라는 말은 당분간 사용을 자제 해야 할 것 같다.) 내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서의 지루한 학업을 마치고, 원하던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그 공부를 타인을 괴롭히는 힘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그런 공부라면 차라리 유용하기보다는 무용한 것이 낫다. 타인을 괴롭히는 힘은 무가치 한 것이 아니라,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며, 반사회적이며, 비인륜적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파괴적이지 않겠는가?



위의 그리스인 조르바(Greek Zorba)의 한 구절을 찾다가 발견한 서비스.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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