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담소 후, 아는 것을 글로 쓰기, 느낌을 글로 쓰기

타츠루 2012. 6. 5. 15:41


오랜만에 트친 한분과 맛있는 추어탕을 먹고, 더치 커피까지 한잔 했습니다. 점심시간 동안이라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자 둘이서 시간을 보내기란 쉽지 않은 데, 둘다 혼자서도 시간을 그럭저럭 잘 보내는 사람이라 자연스런 대화도 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을 써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subliminal) 알던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오늘의 대화도 거의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죠. 


http://www.flickr.com/photos/doublexuan/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야기 했고,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삶에 어떤 존재인지 얘기했으며, 그들의 미래를 걱정했고, 그들에게 해줄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어디선가 상처받고 있을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그 상처의 가해자가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들이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아이와 휴일에 어디에 가는 지 좋을 지 생각했고, 아이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 가정에서 아내가 행하는 역할과 아내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재미를 느끼고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얘기했고, 생활인으로써 어떤 계획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해답이 있는 질문들이 아니지만, 질문들은 우리에게 답을 요구하고 답이 될만한 보기들을 수없이 늘어놓으며 공감하고 고개 끄덕이며 마음으로 '아'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본 테드 동영상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리더라고 부르는 사람이나 기업은 우리가 믿고 따르고 싶어하는 믿음(why)을 먼저 제시한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how)를 알려주죠. 그리고 나서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what)를 알려준답니다. 이렇게 쓰니 어렵지만, 이런 예를 들어주니 이해가 쉽더군요. 우리는 인코딩없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막힘없이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기능(what)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쿼드코어칩을 썼으며, 최고의 이미지 프로세싱 프로그램을 탑재(how)했습니다. 한번 우리의 물건을 사서 써보시죠? 그러면 여러분의 스트레스 전혀 없이 컴퓨터에서 하던 작업을 모두 스마트폰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여러분의 삶은 편안해질(why) 것입니다.


이런 식의 광고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what을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건을 산다면 why에 끌려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틴 루터킹의 I have a dream. 연설에 찾아든 수많은 사람들의 예를 들었다. 그들은 마틴 루터킹이 아니라 그의 믿음에 동조해서 모였다는 것이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말이다. 자신의 믿음과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을 찾은 것이다. 마틴 루터킹이 I have a plan. 이라는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what으로 설득하려 했던 적이 수없이 많지 않았던가? 아내와의 대화에서 아이와의 대화까지. 학생들에게까지. 혹은 나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what만을 던져주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한번 스스로에게 상기시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가? 내 인생, 내 삶 전체에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는 어떤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것인가?


늘 골머리를 싸고, 내 행동의 근원적 이유나 믿음을 파헤치진 않아도 됩니다. 어쩜 그건 너무 명확한 것이니까요. 지금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하기 위해서 입니다. 흥미로운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자료를 이쁘게 만들고,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수업이 끝난 후 그 수업에 대한 반성을 기록하고, 에버노트 사용법을 인터넷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 아이의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그것을 인터넷에 올려두는 일. 사람과 만나고 그 사람과의 만남을 복기하는 과정.


그 일이 재미있고, 내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신경써주고, 보살펴주는 사람과의 계속적인 만남. 저는 그 사람들의 행복을 더 진한 색깔로 그려줄 것이고, 그들은 내 행복의 향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정하는 일도 의외로 간단합니다. 하나의 기준을 정하고 나면 좀 힘들겠지만, 사양하는 법만 배우면 됩니다. 혹 사양하는 일에 서툴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게 서로를 위한 일이니까요.


오늘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트위터를 통해서, 혹은 학교 건물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내 행동, 말투가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행복하고, 그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자판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내가 먼저 행복하고, 그들과 행복을 나누고 그 행복이 두 배가 되기를 바랍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행복은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습니다. 새싹을 심듯 행복의 씨앗을 곳곳에 심어둘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의 씨앗이 또 천천히 자랄 것입니다. 행복하게 그린 낙서는 다음에 만나면 더욱 큰 행복을 나에게 줄 지도 모릅니다.


내가 생각하는 옳은 방식. 만인이 그러하여도 문제없을 방식. 세상의 기준이나 현상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더라도 내가 마지못해 세상의 방식을 따라가더라도 그 시류에 휩쓸리는 것과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이 가진 믿음이 있고, 늘 이 믿음을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무슨 행동을 할 지 정하는 것이죠.


저는 최근에(최근이라지만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술을 끊었고, 밤에는 10시쯤에 잠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곧 운동만 시작하면 올해 제가 목표한 것 중 중요한 몇가지를 실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행복한 아빠이자 남편이 되고자 하는 제 의지, 제 목표를 위한 것입니다. 이런 믿음을 누군가가 권하시는 술잔을 거부해야 할때 물론 좀 곤혹스럽긴 하지만, 늘 그렇게 설명드립니다.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시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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