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나는 왜 스마트교육중앙선도교원이 되었나?

타츠루 2012. 7. 17. 22:33

질문이 이상합니다. 


제가 원한다고 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고, 
또 무엇이 된다고 할만큼 스마트교육중앙선도교원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라고 질문을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스마트교육이 '스마트'라는 용어만큼이나 자주 쓰이고 있는 만큼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써봐야 겠다 생각이 듭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교과부의 다양한 정책에 불만이 많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데 계속 바뀌어 가는 행정정보 시스템. 나이스하지 않은 NEIS. 어떤 영어교육의 목표를 위해 만들어졌는 지 아직도 확신이 안 가는 NEAT. 그저 공문 좀 줄이고, 학생 수도 좀 줄이고, 수업도 좀 줄여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액을 부은 영어전용교실도 더 많은 돈을 부은 사교육없는 학교도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그런 정책들을 보면서, '잘못된 정책과 그 결과로 물쓰듯 버려지는 돈'이라는 결론을 내렸구요. 

스마트교육중앙선도교원이라는 게 있는 지도 몰랐을 때, 저는 제가 학교에서 사용하며 유용함을 느낀 에버노트에 대해서 더 많은 선생님들에게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교육청 장학사분들께 메일을 보내기도 했죠. 물론 어떠한 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교육이라는 정책이 진행되면서, 제가 스마트교육중앙선도교원이 되면서 더 많은 자리에서 제 수업 사례를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어쩌면 모든 시작은 블로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애초에 에버노트 유저 컨퍼런스(2011.12)에서 발표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블로그 포스팅 때문이었고, 그 이후로 인연이 이어져 에버노트와 제 수업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외국 영어선생님들의 수업이나 웹서비스 활용 사례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걸 블로그에 정리하기도 하고, 수업에 써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수업에 직접 사용하지 못할 것들은 '이렇게 쓰면 어떨까?'라고 제안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활동들 덕택에 스마트교육중앙선도교원으로 발탁(?)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교육이란 무엇인가?

교과부가 내놓은 스마트교육은 그 이름만큼 내용도 좋습니다. 좋은 것들은 다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교육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듯, 스마트교육이란 것에 대해서도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저의 생각은 '교사가 편해지는 수업'에서 시작합니다. 덜 노력하고 게으름을 피운 다는 게 아닙니다. 저는 시간이 생기기만 하면 놀 궁리만 하는 교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교사가 더 효율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데 더 편할 수 있는 방식'이 스마트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상수업도 좋고, 미러링을 활용한 수업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교사가 원할 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입증된 적이 없고, 학생들이 기기를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을 망쳐놓을 것이다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예전 ICT 기기 활용 수업을 장려할 때처럼, 수업 시간 중 반드시 얼마간은 스마트기기를 쓰도록 강제하는 정책이나 공문이 내려올 지도 모릅니다. 제가 느끼는 교과부는 상명하달식 지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하나의 명확한 정의도 없는 상태에서 '스마트교육'에 찬성하고 동조하세요. 이게 대세니 따르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을 미래사회에 대비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스마트교육을 얘기할 때,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많이 언급하는 데, 이런 역량을 기르는 데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그렇지 않고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기르기 위해 수업을 구안해 나갈 필요는 있다는 것이죠. 

이쯤 되면,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란 게 있느냐? 이전 교육에서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느냐? 물어야 합니다.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란 것이 예전에는 전혀 없던 것들이 아니죠. 큰 범주에 넣자며 창의성이며, 자기주도성이며, 인성이며, 문제해결능력을 말합니다. 하지만, 지식을 전하던 학교는 그 설 곳을 점점 잃고 있고, 학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이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학생들이 길러야 할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를 저는 '자료검색하기, 주제에 맡게 자료 재구성하기, 글쓰기, 공유하기, 피드백 주고 받기, 시각화하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자료의 검색이 일반화된 지금의 현실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봅니다. 

저는 어릴 적 궁금한 게 있으면 백과사전을 봤습니다. 가부터 하까지 하나씩 찾아가며 궁금한 것들을 해결했습니다. 그 검색의 과정은 오로지 '표제어'였으며 다양한 검색은 사실상 불가능.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을 찾아야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은 '튀기 싫어'서였을 수도 있지만, '지식을 전달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로의 선생님의 말씀에 '토'를 달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 가장 자주 묻습니까? 인터넷에 묻습니다. 

누군가는 더 똑똑한 물음으로 더 좋은 답을 찾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더많은 양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늘 배우고 있으며 배움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여러분은 여행계회을 세우기 위해 블로그를 뒤지고 숙소나 항공사에 대한 사람들의 평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메모하고 정리하고, 함께 여행할 친구와 공유합니다. (스마트교육 정책이 아니라) 수많은 교사 중 한 사람인 저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이런 사고의 활동들을 하기를 바랍니다. 외국어고등학교라는 꽤나 유별나고 특수한 환경에 있어 어쩌면 더 편하게 제가 원하는 수업들을 해나간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영어지문을 공부하더라도 저는 학생들이 저에게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관심있는 서비스/툴/기기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싶구요. 이런 제 수업을 위해 저는 스마트교육정책의 덕을 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돈쓰는 무리에 합류한 거 아닌가?

정책은 돈을 씁니다. 하지만 저는 스마트교육정책을 이끌어가는 교과부 관계자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짧은 교직경력 중에 이렇게(충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하나의 정책에 대해 만명이면 만명 모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으려 노력하는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스마트교육중앙선도교원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열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나누기 좋아하며 자신의 수업에 열심히인 분들을 보면서, 연구점수나 승진과는 상관도 없는 이런 일에 띄어드신 분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나도 이분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돈을 쓰게 될 겁니다. 저는 누가 어떻게 얼마의 돈을 집행하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돈은 쓰이게 될 것입니다. NEAT에 반대하고, 수능 후에 자살을 하는 학생들이 있음에도 저 정책에 돈은 계속해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수업활동을 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고 싶어하는 선생님들과 나눔으로 해서 정책은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는 정책에 반(agree)해서가 아니라, 정책 속에 일하는 사람들에 반(love)해서입니다. 


정책은 생기고, 사라지고 직책과 이름은 생기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교육은 늘 그곳에 있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움을 원하는 사람은 늘 어디엔가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제 수업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스마트한 수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학생과 더 공감하고 안내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영감을 얻고, 대안을 찾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 열정가득한 선생님들을 만납니다. online. 모두가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 감사히 여기며, like에 comment까지 더하며 대화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