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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남강은 노을이 좋다

 

 

진주의 명물은 진주성이고 촉석루다. 그리고 나면 외지에서 온 사람에게 특별히 가보라고 가볼 만한 곳도 없다. 진주 홈페이지에 진주 8경이다 마련해뒀지만, 그것도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만한 것이 아닌 경우도 많다. 새벼리와 뒤벼리가 강을 끼고 보이는 벼랑인데, 보통 벼랑하면 깎아지른 각도를 생각하지 않나. 뒤벼리의 경우, 벼랑이기는 하지만, 그 아래로 차들이 무수히 다녀서 그저 도로의 벽풍 역할을 하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드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어도 된다면, 나는 진주의 일몰을 멋진 풍경으로 넣고 싶다. 진주에는 그다지 높은 건물이 없다. 서울역에 내려서 마주하게 되는 그 거대한 건물들의 철옹성을 생각해 보라. 서울역 앞에서 기업들의 건물들을 보다가 진주 터미널에 내리면, 마치 땅이 주저 앉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이, 새로 생긴 아파트가 제법 높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변만큼은 높은 건물들로부터 좀 벗어나 있다.

그 덕분일까 때마침 해질녘에 남강을 건너면 늘 하늘빛이 멋지다. 하늘빛이 하늘빛 만으로 멋질 수는 없다. 거울 같은 강이 받쳐줘야 그 아름다움이 더하다. 남강을 건너다 보면 그래서 자주 진양호 전망대로 가면 이 노을이 더 멋져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진양호까지 그냥 차를 몰아 더 갔던 적은 없다. 해질녘은 어떤 시간인가. 일찍 퇴근하고 가족에게 돌아가는 시간이다. 내 눈 호강하자고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은 나에게는 없다.

 

오늘도 하나의 글을 써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날이다. 휴대폰 사진첩을 뒤져보니, 남강 다리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저런 날에도 ‘아, 진양호까지 가보면 좋겠다’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촉석루에 서서 해가 지는 쪽을 쳐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진주에 이사온 직후에는 늘 남강이 눈에 들어왔다. 이사오기전에 살던 창원이나 직장 때문에 다니던 장유와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제법 큰 강이었으니까. 전통적인 건물도 없고 나즈막한 묘도 없지만 진주가 자주 고즈넉한 기운을 풍기는 건 모두 남강 덕분이라 생각했다. 진주시민 된 지 6년이 넘어서 그런가. 가끔 남강을 특별할 것 없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겨울에는 철새들도 제법 몰려들어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강변에 체육이나 문화 시설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뭔가 더 하는 공사에는 늘 회의적이지만, 이미 시작된 공사라면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누군가 진주에 놀러 왔고, 내가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게 된다면, 그리고 그때가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때라면 아마도 나는 진양호 쪽으로 달리려고 하지 않을까. 코스는 어디서 어디가 좋을까. 우선 촉석루에 가서 잔잔한 바람에 찰랑찰랑 대며 하늘을 비추는 남강을 본다. 그리고 서둘러 나와서 차를 타고 진주교를 건널 것이다. 그리고 대숲을 오른쪽으로 끼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천수교를 건너 넘지 않고 망경동쪽으로 꺽은 다음, 망경로를 따라 차를 몰아 이번에는 남강을 오른 편에 끼고 달릴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는 해도, 하늘도, 남강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자, 그렇게 진양호까지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