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코로나 가득한 주말 : 진주 인근 갈만 한 곳 - 합천 정양늪 생태공원

타츠루 2020. 12. 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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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덕분에 시작된 연휴가 그런가 주말이 길다. 어디 마음 놓고 나갈 수 없으니 집 안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디 간다. 아이들이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차 타고 밖으로 나들이 다녀오는 게 시간을 보내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준비하느라 시간을 쓰고 다녀와서 정리하느라 시간도 든다. 집 안에서 투닥거리던 아들과 딸도 딱 자기 자리에 앉혀 놓으면, 창 밖을 보며 기분을 바꾼다. 좋아하는 과자나 음료수 하나 사들고 나서면 어디든 소풍이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하면서 근처를 다니며 봐왔던 곳을 다시 재생해본다. 합천의 황강 주변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언제인가 아주 맑은 날인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합천을 지나가는 데, 황강을 따라 자전거 길이 잘 닦여 있었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음에 여기 와봐야지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카카오맵을 꺼낸다. '체육공원'으로 검색한다. 

찾았다 황강신소양체육공원

지도에 동그랗게 찍힌 점이 모두 '체육공원'이다. 체육공원이 강 근처에 있다면 분명 강을 따라 풍경도 좋을 것이다. 일단 내가 봐둔 곳이 '황강'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황강 주변을 둘러본다. 점심 먹고 시간이 좀 흐르니 날이 흐리다. 예보를 보니 비가 온단다. 아무래도 '체육공원'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자연'이 테마인 곳이 주변에 있을까 찾아본다. 그리고 찾은 '정양늪 생태공원' 

place.map.kakao.com/19533631

 

정양늪생태공원

경남 합천군 대양면 대야로 730 (대양면 정양리 146)

place.map.kakao.com

정양늪생태공원은 지금은 철새를 볼 수 있다. 데크길과 황톳길이 늪을 주변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둘레길의 길이가 3.2킬로라 아이들과 걷기 딱 좋다. 비가 좀 온다고 해도 평지일 테니 걷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철새들을 볼 수 있으니, 걷는 데 심심하지도 않을 것이다. 혹시나 '생태관'까지 문을 열었다면 잠깐 실내에 들어가 구경도 할 수 있다. 금방 준비해서 차를 타고 달린다. 

올란도 길도 들일 겸, 일부러 오늘은 좀 떨어진 곳을 골랐다. 집에서 편도로 45킬로 정도. 드라이브 하기에 적당한 거리다. 네비를 찍으니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가기 전에 확인해 봤는데, 생태학습관을 운영한다 만다 말이 없다. 가보니 두둥. 문이 열려 있었다. 총 3층까지 있는데, 전시물은 사실 그저 그랬다. 슾지로 걷기 전에 슾지에서 마주칠 수 있는 동식물이 무엇이 있는지 얼굴만 익히고 간다고 생각하면 될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간 신이 났다. 예년 같으면 아이들과 제일 자주 가던 곳이 각종 생태학습관이나 과학관인데, 올해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석구석 살펴봤다. 출발하는 길에 원하는 음료수(모구모구 복숭아 맛)를 사지 못한 딸의 기분이 별로라 나는 열심히 딸을 업고 안고 다녔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좀 피곤하기도 한 것 같았다. 달래기도 하고 채근하기도 하면서 딸 기분이 바뀌길 기다린다. 

영상실이 있으나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서'라는 내 의도에 딱 맞는 곳이다. 허나 이런 공간에 사람이 없다니, 암울하기도 하다. 자주 생각하려 하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이 놈의 코로나 언제 끝나려나' 생각한다. 아직도 하루 1000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걸 보면, 내년까지도 이어지지 않을까. 

2층 휴게실 
휴게공간에 비치된 책 
3층 전망대에서 보는 전망

 

생태관의 백미는 전망대다. 탐조대로서의 기능이 이 생태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생태관에는 3층에 망원경, 그 옆 외부 화장실 건물 2층에는 망원경이 2개 있었다. 우리는 열심히 새들을 관찰했다. 지난 겨울에는 부산 을숙도에 가서 겨울새 탐조 활동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데, 거기만큼 새가 많지는 않지만, 거리와 들인 시간을 생각한다면 여기도 너무 좋았다. 

망원경으로 새들을 관찰 중인 아들 
망원경에 휴대폰을 대고 찍은 사진 

 

새들의 울음소리가 약간 고라니 짓는 소리 같기도 하다. 날아오르는 날개짓은 푸드덕 소리를 냈다. 새 관찰은 그만두고 비는 좀 오지만 늪 주변을 좀 걷기로 했다. 딸에게는 내 외투를 입히고, 나는 홑겹으로 돌아다닌다. 모자라도 안 썼으면 어쩔 뻔했나. 

우측으로는 황토길이다. 좌측으로는 데크길. 

생태관을 기준으로 좌측은 데크길, 우측은 황토길이다. 데크길은 계단도 있어서 우산 쓰고 아이들이 걷기 불편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할 것 같아서 황톳길로 갔다. 조금만 걷고 집으로 갈 테니. 입구에는 은행열매가 좀 떨어져 있었다. 나는 바로 '저 은행을 밟고 차에 타면 냄새가 날 것 같은데' 생각한다. 아들이 어릴 때 공룡을 좋아하면서 나도 관련 책을 읽었는데, 은행나무는 공룡시대부터 살았다고 한다. 열매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다 먹어치우지 말라고. 그 은행은 잘도 살아남아서 아직도 흔히 볼 수 있다. 아내는 기침에 좋다며, 은행알을 우유갑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살짝 구워준다. 아, 사람들이 다 밟아서 저 은행은 주워 쓰기에는 한참 늦었다. 

걷는 동안 새들의 울음소리, 날갯소리가 들린다.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만 없다면 정말 1만 년 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날이 조금 따뜻하면 이 모든 나무가 더 푸를 걸 생각하면, 봄이나 가을에는 분명 더 많은 사람이 찾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탐조대 겸 휴식공간, 새 깃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도장이 있고, 그걸 모두 찍으면 생태관에서 선물을 준다. 

한 바퀴를 다 돌면 미션을 완수 할 수 있는 것 같다. 

생태관에서 나눠주는 이 리플릿 마지막 페이지에 미션을 기록할 수 있는 도장판이 있다. 지금 나눠주고 있는 선물은 씨앗 연필이었다. 늪이 무엇인지, 왜 정양늪을 조성했는지 설명도 나와 있다. 

들어가면서 당연히 주소와 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록했다. 위를 살펴보니 경북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합천 지도를 살펴보니 '대야성'이란 곳이 있었다. 진주의 진주성 덕분인가, '성'을 보면 관심이 간다. 그리고 토성이든 돌로 쌓은 성이든 대개 산을 끼고 있다. 성을 찾아가는 길은 분명 간단한 하이킹이 될 테니 아이들과 걸을 만한 장소를 찾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대야성을 찾아보니 꽤 큰 전투가 있었던 가 보다. 대야성 전투. 

 

대야성전투(大耶城戰鬪)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대야성 전투의 결과, 일시적으로 백제가 신라를 압도했지만, 이 전투의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신라가 대야성 전투의 패배로 몰리게 된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군권(軍

encykorea.aks.ac.kr

 

대야성은 전라도에서 경북지역으로 넘어가는 데 자리잡은 곳으로 전쟁이 잦았다고 한다. 블로그를 찾다 보니 대구에서 합천으로 놀러 왔다는 사람 글이 많이 보였다. 나는 뜬금없이 오늘 정양늪을 다녀간 사람들을 보고 과거의 대야성을 생각했다. 자동차가 있어 어디든 하루 만에 갈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부터 다녀갈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고, 대야성 전투가 매우 '가까운' 일처럼 느껴졌다. 다음에는 대야성에도 가봐야겠다. 아, 알아본 바로, 별 볼 것은 없다. 성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투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사람을 피해서 가볼만 한 곳으로 오늘은 '합천'의 '정양늪'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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