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을 설쳤다. 딸을 재우고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 이제 아들이 잠들었겠지 생각하고 아들 방으로 갔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아들은 창밖을 쳐다보며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고 있었다. 산타는 우리 가족이 모두 잠들었을 때 선물을 두고 가야 한다. 그러니 모두 잠들어야 하는데. 나는 아들이 혹시 산타에게 선물을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따로 선물을 준비했다. 그 선물도 갖다둬야 하는 데, 아들이 잠들지 않는다. 아들은 벌써 3년째 산타를 보겠다고 기다려왔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꺼내며, 책을 읽어주겠다고 했다. 일단 방불은 끄고 스탠드 불 아래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용 책이라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인데, 나는 거의 3/4을 다 읽어버렸다. 아들은 누워서 책읽는 소리를 듣자니 잠이 오는 것 같았다. 잠이 들었나 싶으면 아들은 얼굴을 제 손으로 때리며 잠을 쫓으려고 애썼다. 한 30분 넘게 책을 읽다가 도저히 더 읽을 수 없어, 이제 자라고 하고 스탠드는 켜두고 다시 딸이 자는 방으로 돌아왔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12시가 넘어서 나는 옷을 다시 입고 차로 내려가 내가 준비해둔 선물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카드도 꺼내서 전구 트리 아래에 선물을 뒀다. 이제 좀 자자..
라고 생각하고 1시 30분쯤 잠들었는데, 새벽 4시에 아들이 나를 깨운다.
"아빠, 산타가 왔다 간 것 같아. 나한테도 선물을 준 것 같아."
"아들, 좀 자자."
아이들이 6시나 7시에 일어나면 선물을 뜯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야지 생각했는데, 4시에 나를 깨우는 아들 덕분에 나는 오로지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조용하고 힘든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지나갔다.
내 잠을 뺐은 아들이지만, 이렇게 이쁘게 동생에게 엽서를 썼다. 하. 그래도 잠은 온다. 오전 시간은 아내에게 맡기고 내가 먹고 싶은 걸 사러 간다. 왜 그런지 이 동네에는 초밥집이 많이 있다. 자장면집보다 스시집을 더 보기 쉬워진 것 같다. 포장도 될테니, 겨울이니, 초밥 먹기 좋은 때다. 전화로 주문하고 옷을 챙겨 입고 룰루랄라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점심특선 하나, 초밥세트 하나. 합해서 25,000원이었던 것 같다. 아내는 딸기도 사오라고 주문했다. 포장한 우동이 식을까봐 얼른 딸기도 사서 집으로 갔다.
초밥 12알. 역시나 나에게는 너무 적은 양이다. 한 20알은 되어야 일단 배가 좀 부를 것 같은데.
나는 음식을 가리지는 않는데, 가끔 많이 먹게 되는 음식이 있다. 가끔 먹는다면 고기도 많이 먹는 편이고, 초밥은 늘 잘 먹는 편이다. 초밥집을 가면 대개 1인분은 초밥 8알이다. 거기에 작은 우동, 튀김, 샐러드를 곁들여 주기는 하지만 양이 부족하다.
회는 초밥보다 더 잘 먹는다. 아내도 회를 좋아했다면 자주 먹었을텐데. 우리 4가족 중 나만 좋아하니 회를 따로 사먹는 경우는 없다. 아이들도 좀 더 자라 회를 좋아하게 되면 좀 더 자주 먹을 수 있을까. 내가 회를 좋아하니 부산 집에 가면 부모님은 자주 회를 시켜 주신다. 엄마의 매운탕 솜씨는 일품이다. 먹을 때마다 '매운탕집 해도 되겠다.' 라고 칭찬하는 데 빈말이 아니다. 츄릅.
사이코우 스시의 구성은 좋은 편. 그저 흰살생선이 좋으니 다른 것부터 먹고 좋아하는 건 남겼다가 아껴먹는다.
이 글을 쓰면서 '회' 이야기를 하니, 아내가 '진주아지메' 제휴업체에서 향어회 배달 판매가 있다고 한다. 자, 내일 점심은 향어회다. 막걸리를 좀 사둬야 겠다.
크리스마스지만, 가족끼리만 지낸다. 아버지는 전화로, 손주들 선물 사라고 돈을 보냈다고 연락을 하셨다. 올해에는 김장 담그는 거 도와드리려고 부산에 가려했으나 못 가고,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조용한 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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