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집에만 있을 수 없지만, 코로나 덕분에 집을 벗어나기도 겁이 난다. 지난번에 '사람을 피해 가볼만한 곳'에 대해 글을 썼다. 오늘은 두 번째 장소다.
2020/12/04 - [여행] - 코로나 가득한 주말 : 진주 인근 갈만 한 곳 - 산청 원지 두물머리
우리 집 거실에는 남한 지도와 진주시 관광 안내도가 붙어 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꾸 가늠해 본다. 우리 아들은 '진주시'가 어디인지를 이해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대략 5살 때까지는 '시'와 '군'은 당연히 구분하지 못했고, '시'와 '국가'도 구분하지 못했다. 고모가 인천에 산다고 하니, "인천은 다른 나라야?"라고 아들은 물은 적이 있다. 그러니 지도를 보며 우리나라에 어떤 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 진주시 관광안내도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 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사람 피해 가볼만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지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진주는 도심을 벗어난 '면' 지역이 상당히 넓다. 도심을 벗어나기만 하면 들에는 벼농사, 산에는 감, 배, 사과 농사를 짓는 걸 볼 수가 있다. 진주에 이사온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번도 안 가본 곳이 많다. '하 씨의 묘'라니. 왕도 아닌데, 어찌 저런 곳이 관광안내도에 있는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조선시대 영의정까지 지낸 '하륜'이라는 사람과 그 부모의 묘다. 진주시 홈페이지에도 관광코너 중 '일반명소'로 소개되어 있다.
진주시에서는 '오방산 조선조 팔각형 고분군'으로 소개하고 있다. 검색을 해보니, 하륜과 그 묘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글을 볼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라.
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oaltlf&logNo=114567756
아내가 하씨라 아들에게는 '엄마의 조상님 묘'라고 소개하고 데리고 갈 수가 있었다. 나는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짧더라도 산길을 좀 걸으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스크 없이 콧구멍 둘을 내놓고 숨을 좀 쉬고 싶었다. 그 목적은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곳이다. 오방재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오방재 근처에 화장실도 있으니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되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진주시내에서 오방산으로 가는 길은 낮은 산과 들로 쌓여 있어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다.
입구에 도착해서 차를 세웠다. 근처에 높은 은행나무가 많다. 가을에 왔다면 노란 잎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내년에는 가을에 와봐야지 생각했다.
아들은 아주 신이 나서 묘 주변을 탐험하기 시작. 어린 소나무도 보고, 솔방울도 줍고 도토리도 찾는다.
하륜묘를 보니 뭔가 아득한 시간이 느껴지는 것 같다.
지의류에 둘러싸인 문인석이 귀엽다.
문인석과 같은 자세를 해보라고 딸에게 부탁(?)했지만, 가볍게 무시당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찾으러 갈 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낮은 산, 햇볕 잘 드는 곳에 앉아서 조선 초의 묘를 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딱 한 사람 정도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조용한 산을 '아주 조금' 걷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으니 마음껏 외출한 기분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다가, 어디든 가보자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 곳을 추천. 단, 산으로 오르려 할 때 개가 좀 심하게 짓는다. 잘 묶여 있으니 걱정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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