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누린 호사 한 가지는 따뜻한 라떼.
부산에서도 먹어볼 기회(?)는 있었지만, 늘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였으므로, 나의 커피를 위해서 아이들을 기다리게 할 수도 없었다. IFC몰에서 밥을 먹고 아이들이랑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해서 나는 '폿 바셋?'이라고 의견을 냈다. 우리 식구 뿐만 아니라 아내의 동생 식구들까지 다 같이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꼭 폴 바셋에 가야 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연장자였으므로 모두들 나의 말을 들어주었던 것 같다. 역시나 엄청난 인파, 넘치는 휘핑크림처럼 폴바셋 매장을 다 채운 손님들은 그 밖까지 나와 있었다. 나는 인내심있게 기다렸다.
폴 바셋은 2003년도 커피대회 우승자라고 한다. 그가 만든 커피 브랜드는 아니고,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가게 이름이 폴 바셋이다. 멋진 이름이다. 그래서 아마도 브랜드로 만들지 않았을까. 폴 바셋에서의 라떼를 만들 때는 어떤 우유를 쓸까?
종이컵이 아닌 잔에 마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저 정도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라떼는 기대보다 맛이 있었다. 또 찾아가서 다시 맛보고 싶은 맛은 아니다. (기다림과 인파도 커피맛에 영향을 주므로) 나는 너무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싶다. 그래도 먹어보고 나니 이런 마음이다.
서울에는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공간도 컸다. 중국에 가서 보았던 그 거대한 건물도 엄청난 인파가 생각났다. 너무 많은 사람과 너무 커다란 공간. 내게는 마치 외계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인식하고 체감하고 실감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늘 주변에 비추어 스스로를 관찰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 주변에 무엇을 둘 것인가는 중요하다. 나는 작은 것들을 두고 작은 것들 사이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서울에 가서 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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