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관람기
당일치기 서울 여행도 가능할거야?
라는 생각을 한 건, 이웃 가족의 서울 당일치기 나들이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친한 가족이 새벽에 올라가 밤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 왔고, 그렇다면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일정 중 주요한 것 중 하나가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것이었다. 연극을 꼭 대학로에서 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로의 극장 같은 극장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우들은 연극이 끝나고 저렇게 이쁜 포즈를 취해 주었고, 꼭 SNS에 올려달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따위는 이제 하지 않으니 이렇게 블로그에 쓰기로 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 평이 좋아서 보기로 했다. 아들은 불편한 편의점을 보자고 했지만,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극이라 어떨지 알 수가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오랜 시간 사람들이 찾고 있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보는 게 더 좋은 선택일 것 같았다.
한 70명 정도 들어찬 것 같았는데, 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네 명의 배우가 갖가지 역할을 바꿔가며 극을 끌어 갔다.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섯 명이라 생각했을 만큼 목소리 톤도 다르고 텐션도 다른 분도 있었다. 소극장 연극답게 관객들도 연극의 일부로 참여해야 했다. 우리 딸은 질문에 답했다가 얼떨결에 반장 역할을 맡게 되었고(나중에 인사를 부탁했지만, 하지 못해서 아내가 대신 반장역할을 했다.), 맨 앞자리 앉은 분은 사물함이 되어야 했고, 어떤 여자분은 '수지'가 되어야 했다. 아이들은 좋아라 웃었고, 나는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봤다. 거의 2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연극을 보러 들어가기 전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태권도 도장에서 나온 아이들이 격파시범과 춤을 곁들이 공연을 펼쳤다. 연극을 보고 나왔을 때는 누군가의 버스킹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쉽게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살이에도 장점이 있겠다. (자기 집이 있을 때에야 그렇다고 생각한다.)
파랑씨어터
서울 사람이라면 대중 교통을 이용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방민에게 그런 옵션은 힘들다. 방송통신대학교 공영주차장이 그래도 가장 저렴하다고 해서 그리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퇴진 시위 때문에 우리는 방통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서지 못했다. 인파 가득한 대학로 골목길을 가다가 그냥 빈자리가 보이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10분에 1,000원. 그마저도 공연을 보러 온게 아니면 주차가 안된다고 했다. 어떤 극장에서든 공연을 보러 와야 가능하다고. 주차료로 2만원 넘는 돈을 냈지만, 관광객 모드에서는 헤프다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음에는 주차료를 아낄 방법을 생각해 보겠지만.
다음에도 당일치기로 서울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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