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이라고 할까 했는데, 통영을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숙박여행. 아들에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가, 통영 카트 타는 곳이 차를 세웠다. 아들만 타고 나머지 우리 가족은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아들은 내일 또 오자는데, ‘아들, 그럼 우리더러 또 기다리라고?’
날이 추웠다면 카트 타는 것도 좀 고됐을 지 모르는데, 그나마 어제부터 날이 좀 따뜻해졌다. 늘 옷을 얇게 입어서 나는 아들을 타박하고는 하는데, 오늘도 아들은 한겨울 옷차림이 아니다. 중간중간 대기실에서 내 옷을 덮어줘도 마다한다.
무려 3층 독채. 3층에 개인 풀이라니. 폭은 2.5미터, 길이는 대략 5미터는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놀기에는 딱 적당한 정도. 구명조끼를 입히고 튜브도 넣어줬다.
아들은 물은 좋아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주말 수영강습에 보냈을텐데, 목욕탕도 못 가는 지금 수영장도 언감생심이다. 잠수하고 물장구치고, 참던 내가 들어가자, 나에게 업히고 갑자기 수영강습을 부탁한다.
몸이 뜨고 싶다고 해서 요령을 알려준다. 물에 뜨려면 물에 집어넣을 부분은 확실히 집어 넣어야 한다. 수영을 못할 때는 내 얼굴 닿는 물의 양이 많으면 물에 빠져죽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머리의 반응 확실히 집어 넣어야 몸이 가라앉지 않는다. 귀까지 잠겨야 몸은 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래도 아들은 제법 내 말을 알아들었다. 팔을 곧게 펴고, 코어에 힘을 주고 기꺼이 얼굴을 물 속에 넣는다.
사 온 대패삼겹살을 구워 먹고. 아들은 해리 포터를 보고, 딸은 유튜브를 보고. 그 사이 아내와 나는 숙소 밖으로 나와 봤다. 달 조명이 휘엉청 밝혀져 있다. 인스타는 하지 않지만, 인스타갬성을 흉내 내지만, 그냥 흉내일 뿐. 아이들 몰래 콜라 하나를 사 마시고 들어온다.
우리가족에게 코로나 시대의 여행이란, 포장음식, 우리끼리만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집을 벗어나 다양한 경험이 노출되는 게 여행인 줄 알았는데, 그게 쉽지 않고 그런 방식을 고수할 수도 없다. 다음 달의 여행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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